정시 테이블만 들여다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2018년이 되었네요.
2017년 마지막 주에 '신과 함께' '원더'를 보았습니다.
신과 함께는 단 한 장면도 울어지지가 않았어요.
너무나 사는 것이 힘들어서 엄마를 죽게 하고 싶었던 큰아들이
화재사고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고 죽는다는 설정
그리고 둘째 아들마저 군대 관심사병 때문에 죽어서 심지어
원귀가 된다는 설정.....아니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거지?
엄마는 심지어 이름도 없이 말한마디도 못하는 연약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런 엄마 캐릭터라니요? ㅠㅠ
'원더' 의 엄마는 우리의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입니다.
나이가 든 것이 표가 나는 주름가득한 얼굴의 그녀가
선천적으로 얼굴에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 나옵니다.
무려 27번의 수술로도 얼굴이 심하게 이상한 아들(어기)는
오랜 홈스쿨링 중에 드디어 5학년이 되면서 학교로 처음 갑니다.
크리스마스 보다 할로윈을 좋아하는 어기는 누나 친구가 사준
헬멧을 쓰고 다니고 싶어할 정도로 얼굴이니 그의 학교생활은
안봐도 비디오지요. 어기는 얼굴을 숙이고 다니면서 신발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법을 배웁니다....
어기의 고단한 학교생활이 그려지고 나면
어기의 누나 비아의 삶이 그려집니다. 장애 동생이 태어나고
부모의 모든 중심점이 동생에게 집중되어서 돌아갈때 혼자 어른이
되어가야 하는 비아의 쓸쓸함......그녀에게 오직 할머니만이
"You are my favorite!!! " 이라고 말해주십니다.
(해변에 앉아서 비아를 바라봐주시는 할머니의 표정과 대사에서 눈물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나는 저말을 해주었던가?
비아 스토리가 지나가면 어기의 첫번째 학교 친구 잭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잭은 어기의 신발론에 의하면 물려받은 옷을 입는 친구입니다.
어기 부모의 심사숙고 끝에 선택된 좋은 사립학교에 장학금을 받아야만
다닐 수 있는 잭은 어기의 첫번째 친구가 되어주지만 상처를 주기도합니다.
그 평범함과 아이스러움이 더 정이가는 캐릭터입니다.
어기와 친구가 되어 자연스럽게 노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납니다.
잭은 어기의 내면의 아름다움과 스마트함을 알아봐주는 좋은? 눈을 가졌습니다.
잭에게 반할 무렵 다시 비아친구 미란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혼한 부모, 혼자되어 딸을 잘 돌볼 에너지가 결여된 엄마와 사는
그녀는 비아를 부러워하면서 자기가 그녀인듯 거짓말을 합니다.
(비아는 어기를 부러워하고, 미란다는 비아를 부러워합니다...)
미란다는 비아와 같은 연극부....비아 부모님이 보러오신 연극무대에서
미란다는 아프다는 핑계로 비아에게 주인공 역을 대신할 기회를 줍니다.
(비아가 처음으로 생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보이는 연극을 보는 엄마의 표정....)
다시 어기의 학교생활.....어기는 어느덧 많은 친구들도 생기고.....
과학 시간에는 완전 날아다니는 인정받는 학생이 됩니다.
어기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와 함께 평범한 하교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줄리아로버츠의 표정에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단호한 어조를 취하는 장면은 교장선생님이
여전히 어기를 놀리던 한 친구를 추방하는 씬입니다.
'어기의 얼굴은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감독의 모습이 교장선생님의 대사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주는 좋은 선생님들)
원더에는 세 명의 멋진 흑인이 등장합니다.
1.어기의 담임선생님...어기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그러나
동정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살펴주시는 분
2.비아가 혼자가 아니도록 느끼게 해주고 성장하게 도와주는
남자친구....그녀를 세상속으로 당당히 걸어가게 해주는 역할
3.그리고 처음 사귄 친구에게 배신?당한 어기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악수를 청하며 밥을 같이 먹어주는 이쁜 여자친구 썸머
그녀의 용기있는 모습에 또한번 울컥했지요.
어거스트(어기) Via (비아. 경유되는, 의학적 용어로는 바이러스 불활성화인자라는 뜻)
그리고 엄마, 아빠, 미란다 등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문제를 갖고 있고 (외면적으로든 혹은 내면적으로든 장애를 가진)
그들이 궁극적으로 외로움이나 소외에 대해 영화는 생각하게 합니다.
외로움의 평등. 소외의 보편성....그리고 함께 이겨나가는 모습
영화는 참으로 따뜻하고 유머스럽게 진행되는데 눈물이 계속 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졸업식에서 어기는 당당히 최우수학생 연설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박수 받아야 합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끝까지 포기를 모르는 나의 엄마......
(엄마는 그런 존재이지요....)"
추신:' 어기'를 보면서 계속 영화 '룸'이 생각났었는데
찾아보니 룸의 여자처럼 이쁜 그 배우 제이콥 트렘풀레이가 바로 어기라네요.
안면장애 분장이(잭이 진지하게 성형수술 할 생각은 안해봤니? 라고 물을만큼)
너무 잘되고? 연기를 잘해서 더욱 반하게 되었어요.
심지어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어기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보입니다.
영화 제목이 어기가 아닌 '원더' 인 것은 아마도
어기 뿐만아니라 영화속 모든 인물들 아니 우리 모두 각자가 지닌
나름의 장애와 그 장애를 갖고도 당연히 잘 살아내는 아주 '원더'한 세상을
기원하는 의미겠지요. (별 다섯개를 주고 싶은 영화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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