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씨 주연의 기억을 봤어요.
아들을 잃고 기억을 잃어가는 병에 걸린 주인공 변호사
저는 모든 드라마의 마지막회는 되도록 안보려는 사람이예요.
너무 어설피 짜맞춰지는 마지막회를 보고 나면
모두가 다 가짜같아지는 엉터리를 본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마지막회는 실제로 안보기도 하고 보더라도 집중안되게
왔다갔다하면서 대충 보는 걸로 때웁니다.
그러나 기억은 마지막회도 너무나 좋았어요.
제가 원하던대로 해피엔딩이고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결말로 끝나면서
여운을 남겨주고 마치 어딘가에서 실제로 그들이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 마무리여서 좋았어요.
현실에는 분명히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이 숨어있지요.
제 인생에도 슬픔과 환난이 있었고 지금도 어떤 부분은 진행중입니다.
가족의 어려움이기도 하고 친구의 아픔이기도 하고..
그들을 아끼는 저자신에게 시작된 간난도 있지요.
이성민씨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상태에서도 묵묵히 자기의 일을 잘 마무리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일상에 대한 감사..작은 것의 소중함
자기 아들을 죽게한 상대에 대한 용서와 그에게 가치있는 삶에 대해 알려줍니다.
이성민의 목소리..눈빛..어깨 등...심지어 잘못 신고 나온 짝짝이 구두까지도
저에게는 진심으로 느껴졌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는 진짜 자기 인생도 저런 모습으로 살 거라는 믿음도 생겼구요.
시청률과 상관없이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준 감독님과 작가님에 대한 감사.
올해 본 드라마중에 지금까지는 저의 베스트1입니다.
오늘 하루 진정한 어른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오전에 한 파친님의 아버님의 이별준비에 관한 글을 읽고
우리의 인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봅니다.
35살 제가 무슨 자격증 공부한답시고 아버지와 함께 보내지 못한
아버지의 마지막 몇개월을 아직도 후회하며 살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빨리 따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린다고 대입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느라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을 지혜롭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그때 나누었어야 하는 대화들...함께 가봤어야 하는 곳들
만나게 해드렸어야 하는 분들...함께 마지막을 준비했어야 하는 시간들
제 평생에 그처럼 후회되는 일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 혼자 당신의 인생을 살고 계시는 친정엄마...
그분은 어릴적 내 친엄마는 분명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한다고 믿게 했던
지금도 혹시 병원서 바뀐것일지도 몰라 싶게 저랑은 참 많이 안맞는 그런
분이지만...아버지와의 이별을 후회하듯이 엄마와 언젠가 헤어질 일을
생각하면서 잘 참아가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자아가 강하시고 에고이스트인 친정엄마는 여전히 아들을 더 이뻐하시고
그러셔서 친정 갔다가 울고 돌아오기가 다반사입니다만
그래도 그분 떠나시면 못해드린 일들만 생각날까봐 조심조심합니다.
아이로 태어나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일
내 자식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부모가 되는 일
내 자식이 가장 힘들때 나를 찾아주고 내게 기대주고
내가 한 말로 위로를 얻어 새힘을 받게 되는 일
진짜 어른으로 의젓하게 살고 싶으네요.
어버이날 경기 탓인지 세태때문인지 카네이션이
그다지 많이 안보이네요.
어버이날 아니고도 서로 잘 소통하며 매순간 기적처럼
사랑하고 이해받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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