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닌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00명 남짓한 시골의 작은 학교 거기서 6년을 함께 다닌 친구들...약간 과장하면 밥숟가락 수도 아는 사이 제주도 한번 같이 가자 이러다가, 추진력 강한 친구 덕분에 얼결에 정신차려보니 제주도더라구요.ㅎㅎ 오랜 친구들, 무슨 말을 해도 흉보지 않을 관계 이번 여행의 테마는 가족들끼리는 갈 수 없는.혹은 가본곳중 베스트를 가보자 였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주상절리대랑 하얏트호텔 해변 산책로 비가 와서 더욱 좋았던 천제연폭포....쇠소깍 맑은 물..애월해안도로 살아서는 너무나 가난했던 화가.이중섭 미술관..이중섭거리...살던 집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그림도 실컷보고.사진도 찍고..근처 예술인마을도 구경하고...오설록 티뮤지엄서 막 초록으로 변해가는 녹차밭구경... 노아의 방주 처럼 지어진 방주교회에 가서 기도도 드리구요. 한림공원가서 한떼의 수학여행중인 학생들도 만났습니다. 문득 문득 세월호 아이들이 여행이라도 끝나고 떠났더라면... 사진이라도 잔뜩 남겨주고 떠났더라면... 지상의 마지막 여행을 소풍처럼 즐기고 갔더라면... 참 부질없는 바램들을 가져봤습니다.
아들친구 준형이 엄마도 갑자기 아이를 보내고 보니 그놈의 공부 한다고...혹은 다들 사는일이 바빠서 남아있는 사진이나 영상이 거의 없어서 영정사진을 고등학교 입학할때 찍은 앳된 사진으로 하는게 정말 가슴아프다 했었거든요. 해병대 캠프사고로 떠난 우리 아들친구들 5명은 천안공원묘원에 함께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96년생인 아이들 2013년에 같은 날 떠난 아이들 우리 아들은 크리스마스에도...졸업식에도...그 친구들 생일에도 거기에 친구들 만나러 갑니다..앞으로도 그러하겠지요. 대학 졸업..군대 휴가...첫직장 출근...결혼..첫아이 낳고... 자주는 못가도 평생..삶의 고비마다 영원히 고2로 남은 친구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겠지요. 우리가 머문 펜션이름 .더 머뭄.산방산 아래 그림같은 곳 용머리해안가 stay with coffee.제주도에도 커피가 난다네요. 죽기전에 맛보아야 한다는 횟집. 남경미락..대통령들이 가신다는 송혜교랑 강동원도 먹었다는 그 횟집..에서 돌돔회도 먹어보고 제주현지인들만 간다는 맛집에서 돼지고기 두루치기도 먹고.. 제주5일장 구경도 하고...옥돔이랑 고등어도 사구요... 2박3일 꿈같은 날들은 지나고...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상을 나누지 않아서 짜릿하다는 불륜처럼 아이걱정.남편걱정.일 걱정.시댁걱정 잠시 멈춘 사이로 무심히 시간은 잘도 흐르고....벌써 까마득히 먼 시간의 일처럼 느껴집니다...50되기전에 북유럽이나 동유럽도 한번 갔다와야하는데 그때까지..경제적으로나 건강적으로나..아이들 입시도 끝나야 할텐데 그래도 항상 꿈은 간직하고 살려구요....유럽여행 한달 쯤 ㅋㅋ 에휴 지금 당장은 중간고사 앞둔 작은 놈 걱정입니다만... 제주도는 신기한게 갈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더라구요. 그렇게 우리를 홀려서 자꾸 가게 하는 걸까요? 제주도에 가니 파파마을 '그길을 걷다 '님이 생각났어요. 오래된 지인처럼....그러나 연락처도 모르고... 마치 바람난 여인처럼 파파마을 님들을 그리워하면서 여기다 연애편지 쓰듯이 글을 올리는 저를 보고 하는 둘째의 한마디 엄마 ...작가되려고 그러세요? ㅎㅎ 제주도 저지리 예술인 마을에 집하나만 생기면 전업작가의 꿈을.. 사랑하는 님들...오늘은 이만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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