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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16년 4월 20일 오후 09:17

넌 꽃이냐? 난 엄마다 2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도 아닌데 고딩들에게도 우리 엄마들에게도
봄이 잘 오지 않는것만 같습니다.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 라니요....

요즘의 핫이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어요.
저희 큰아이는 서울대 경영 준비생이었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자료가 박스로 하나 정도 되었어요.
학생부 장수가 28장 정도.소논문은 안썼지만
학술지를 두 권 정도 만들었고
2학년에는 뮤지컬 총감독 맡아 시나리오도 썼고 연출도 했지요.
각종 교내대회 수상실적도 많았고..외부 상도 좀 있었어요.
고3까지 독서를 너무 많이 해서 학생부에 다 기록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공부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이렇게 책을 많이 읽다니 이상한 놈 아니야
할 정도로 읽어서요.
내신 성적이 부족한 거 빼고는 비교과는 거의 완벽해 보였어요.
결론적으로는 면접에서 불합격했지만
그가 노력해왔던 시간들의 기록은 잘 정리되어 남아있어요.

경찰대는 1차 자체시험 2차 면접과 체력장 신체검사
3차 수능점수 내신점수 등이 합쳐져서 최종사정이 되지만
비교과는 전혀 필요가 없는 전형이예요.
한 박스의 비교과는 아무 쓰일데 없이 보관되었지만
그것들을 위해 애쓰고 성장하던 과정들은 아이에게
저장되어 있겠지요.
참 어느 구름에 들어있는 비가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아요.
여러가지 구름이 필요한거 같아요.

우리 둘째는 학생부가 어찌나 심플한지...
학생부 전형으로는 어느 곳도 지원이 가능할거 같지 않습니다.
아직은 모의고사 성적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기때문에
정시대박을 노리기에도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오늘은 다 내려놓았다 싶다가도 다시 내일이 되면
학생부는 몰라도 혹시 수능을 기적처럼 잘 보는 건 아닐까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보고는 합니다.
벚꽃이 떠난 아파트 화단에 이제 철쭉이 고혹적으로 곱게
피어나고 있습니다..목련은 한잎 두잎 지는 중이구요.
하나님의 숙제 같은 둘째의 고3을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사위어갈 것 같은 수험생맘의 심정입니다.

며칠전에 담임쌤을 뵙고 왔어요.
둘째를 위해 만든 입시노트는 벌써 한권을 다 채워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3등급대 학교를 정리해서 대학 학과별로 정리하다가
다시 혹시 싶어 평균 2등급정도의 대학도 정리하고
아주 안좋을 경우는 생각하고도 싶지 않지만
4-5등급 정도의 학교도 정리하다보니 그리 많아졌네요.
그 입시노트를 들고 쌤과 면담을 하면서
제 고민이 아니라 쌤의 고민을 해결해드렸어요 ㅋㅋ
쌤은 혹시나 제가 욕심부려서 원서 부탁드릴까봐 걱정하셨나봐요.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리니까 편안하게 생각해주시더라구요.
너무나 다행히도 우리쌤은 공부 잘 하는 학생 아니라고
별관심 안주시는 분이 아니고 지금 상태보다 조금 더 나아지도록
아이를 격려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오늘 친구들과 일반꽃? 구경하고 왔어요.
너무나 예쁘고 화려한 꽃들에 왠지 기죽어있다가
시골에 한적하게 피어있는 작은 꽃들 저는 이름도 몰랐던
그런 평범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꽃들을 만나고 오니
왠지 마음이 평안해지고 세상이 조금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수줍고 자그마하게 피어난 제비꽃이나 민들레 이런 애들을
발견하면 마치 우리 둘째 같아서 왠지 짠하고 안쓰럽습니다.
이런 저런 모양과 향기와 색깔을 가진 꽃들..그리고 꽃같은 아이들
봄의 주인공 꽃들을 보며 하루에도 몇번씩 되뇌입니다.

너는 꽃이냐?
나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