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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스크랩] 나는 엄마다.

 4월이 잔인한 달이 된 원인에 어쩌면 이제 중간고사도 들어가야 할 거 같네요.

제가 가르치는 중1아이도 첫시험을 앞두고 불안 초조 우울하고 있더라구요.

그동안 정말 공부하기 싫어하고.기초도 부족한데다가, 노력도 안해서 약간 겁주느라고

했던 이야기들이 서서히 아이를 짓누르고 있나봅니다.

전국단위 기숙사 학교 다니다가 전학온 우리 둘찌 공부하는데 마주 앉아 글올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냐구요? 상상에 맡깁니다. 다만 내신형을 이미 놓친 상태라 뭐 그다지 닥달하지 않는

쿨한 엄마 역할을 본의아니게 하고 있습니다.ㅎㅎ


아이들 어릴때 책을 사주면서 늘 첫장에 짧은 편지를 써주었어요.

사랑하는 아들아

이책을 읽고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2006.5.5 .8번째 어린이날에 엄마가

편지가 좀 길때도 그냥 한줄..그럴때도 있었죠.

큰놈은 자기 책에 한 줄 평광펜 칠하는 것도 싫어해서

뭐라고 할까봐 늘 조마조마하면서 썼는데.. 별말이 없더라구요.

작년 입시끝나고 집에 있을때 문득..엄마가 써준 글귀를 발견하면

늘 가슴 뭉클하고..엄마가 써준 글처럼 되고 싶었다구.

자기도 나중에 그렇게 아이들 책에 글을 적어주겠다고..

메아리는 바로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네요.


아이들 어릴때 일을 한적이 있었어요.

자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가게 될때는 꼭

냉장고에 편지를 써놓고 나갔어요.

글을 모를때는 아이봐주시는 분이 편지를 읽어주셨죠.

작은아이 한테는 그냥 그림을 그려놓고 가기도 하구요.

아침에 눈뜰 때,저녁에 잠들기 전에는 항상 한번씩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꼭 해주었어요. 사랑해 잘자..

큰아이 대답...응...작은 아이..나두 사랑해 엄마도 잘자...


아이가 하는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대답해주려고 애썼어요.

아무때나 불쑥 장르를 불문하고 묻는 아이들 땜에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야 저도 퇴근하는 기분이었죠.

지금이야 저보다 아이들이 더 똑똑해졌으니

질문 따위 이제 저한테 전혀 안하고..오히려 궁금한거 많은

제가 질문을 해대지만...뭐 대답을 친절하게 해주진 않더라구요.


주1회 인터넷으로 아이한테 필요한..혹은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을

수학.과학.문학.예술.체육.등 나눠서 주문해서 읽혔어요.

선물처럼 책들이 배달되어오는 것도 좋고..공부하기 싫어하니

다른 길로 돌아서라도 지식을 다양하게 습득하면 좋겠다싶어서요.

책 선정하고 고르고..평 읽어보고..몇시간씩은 공부했죠.

이사할때 책 때문에 아저씨들한테 점심 저녁 다 사드렸습니다.ㅎㅎ


그리고 아이들에게라도 잘못한것은 그날 안으로 꼭 사과하기

제가 무심코 소리를 질렀거나, 잘못했다고 심하게 나무랐거나

혹시라도 둘을 비교해서 상처를 입혔거나 ..자기전에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제 분이 다 안풀려서 화가 남았어도

아까는 엄마가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야단 쳤는데 정말 미안 하다

엄마 마음이 이래서 그랬던 거니까 용서해줘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같아..미안해

그렇게 사과하는게 정말 모양 빠지고..살짝 자존심도 상해서

사과 안하고 살아보려고 무진 애를 썼어요..

다행히 학습이 잘 된 우리 아이들도 잘못한 건 제게 꼭 사과합니다.

저는 너그러이 용서를 베푸는 어진 어미 코스프레...


마지막으로 가장 쉬운 기술 하나

잘한게 있으면 노골적으로..직접적으로 칭찬해주기.

뻔한 줄 알면서도 남편이 립서비스해주면 좋은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좀 과한 칭찬으로 옷을 입혀줍니다.

나중에는 그런 칭찬받기 어색해진 아이들이

칭찬받은 값 하려고 억지로라도 노력해줍니다.ㅎㅎ

사실 긍정적인 멘트를 궁리해서라도 자꾸 해주는 이유는

저 스스로를 세뇌시키려고 하는 목적이 더 커요.

거짓말도 자꾸하면 는다고..

좋은 말도 자꾸 하다보면..실제 내아이가 그런것처럼

스스로를 속여서 행복해지니까..아이한테 친절해지는

플라시보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시험결과나 이런 게 나왔을때 현실 부적응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부작용은 감수하시구요.


오늘은 중간고사가 끝난 댁들도 있으실테고

다음주 중에 시험이 있어서  불금도 못누리는 분들도 있을테고

결과가 좋은 집들은 극소수일테고

하늘이 무너질 듯 한숨이 나오는 댁들이 더 많겠지요.

그냥 클루맘님 아드님 사진보다가

뭘해도 예뻤던  그 시절의 저희 아이들이 생각났어요.

그 이쁜 놈들이 이제 자라서 약간 우리 원수들처럼 됬지만요.

시험을 가장 잘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대학을 제일 멋진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엄마 아빠에게 가장 큰 효도가 대학잘가는 것임을 너무 알기에

주변분들한테 자랑하고 싶고...한턱내고 싶고..대학 어디갔냐고

묻는(참 눈치 없는) 분들한테 탁 하고 자랑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은 정말 누구일까요?


잘하는 아이...대학도 한번에 착 가주는 아이는

사실 칭찬도 축하도 격려도 필요가 없습니다..셀프로 다 되니까요.

제가 관심있는 아이는...잘 못해서 주눅들어있는 아이.

거친말과 과한 행동으로 자기의 불안함을 감춰보려하지만

실은 내가 이렇게 부족하고 별볼일 없어도..나를 사랑해줄수 있어요?

엄마를 실망시켜서 눈치보는아이...대학 따위하고 쿨한척하는 아이

친구의 성공을 축하해줄 여력도 없이 상처받은 아이...

축쳐진 어깨를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세상으로 혼자 나가야하는 아이입니다...


그 아픈 아이 뒤에 우리가 있으니

여기가 끝이 아니고...세상에는 공부로만 줄서는게 아니고

다른 것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고 알려줍시다.

사랑받을만 해서 사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맘에 안들때도

여전히 널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줍시다.

우리 아이들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입니다.

오랜만에 편지 혹은 문자 한번 날려볼까요.

얼마나 힘드니?

니가 엄마라고 처음 불러줬을때 처럼

처음으로 혼자 한발자국 떼고 걸었을때처럼

받아쓰기 백점 맞았을 때처럼

언제나 너를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한다...

사랑하고..사랑하고...사랑한다...


부작용...

엄마 어디 아프세요?

혹은 ㅇㅇ

이런 답장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치만 우린 엄마니까요.

요즘 나는 꽃이다 이러면서 여기저기

무지막지하게 막 엄청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저도 속으로 가만 외쳐봅니다.

넌 꽃이냐?

난 엄마다...

출처 : 파파안달부루스
글쓴이 : 하나님의 선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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