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초에 꿈꾸었던 화려한 대학입성의 계획이 어긋나고 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사랑하는 스무살 고4친구들에게 ....
자려고 누웠는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분석을 해봐도 이미 나온 점수를 가지고 전략을 잘 짜서
가나다 3장을 썼는데 그중 한군데에서도 오라고 하지 않는 이 현실을
믿을수도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도대체 내가 살면서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왜 하필 나에게만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인지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져 있는 기분이 듭니다.
어디로 가야할지...무엇을 해야할지...
엄마 아빠 동생 얼굴을 어찌봐야 할 지 막막합니다.
어느 하루 맘껏 놀아보지도 못하고
어느 한순간 긴장하지 않고 지내보지 못한 나의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추운 들판에 나를 혼자 세워둔 것일까요?
나는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정말 열심히 했고....
그렇게 하면 분명히 어느 대학 한군데쯤은 당연히 갈거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것도 그때 가서 실컷하리라
맘에 드는 이성친구가 생겨도 참고 그때 가면 고백도 하고..그러리라..
가볍게 짐을 챙겨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기도 하리라...
대학에 가면 내가 원하는 책도 실컷 읽고 공부도 한번 멋지게 해보리라
실컷 술도 한번 마셔보고....멋지게 옷도 차려입고 미팅도 해보고
그 멋진 캠퍼스에서 맘껏 꿈을 펼쳐보리라 하면서 견뎌왔던 시간들.....
그러나 지금은 그 꿈을 다시 1년뒤로 미루어 두어야만 하나봅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엄마 아빠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괜찮아 보이시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저를 보면서 뭐라고 자꾸 하는 것만 같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혼자 있을때는 자꾸만 눈물이 나옵니다.
돈도 많이 든다는데 재수한다고 하기도 너무 죄송합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재수해도 결과가 잘 나와서 내년에는 대학에 잘
갈 수 있을지 저도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을지도 ....두렵습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은 친구가 좋은 대학에 간 것도 속상하고
친구들 중 저만 대학에 아무곳에도 못붙은 것도 너무 창피합니다.
이제 친구들은 계속 저와 전처럼 잘 친하게 지내줄까요?
저만 1년동안 다른 세상에 가 있어야 하는 걸까요? 아 외로워요...정말...
그래도 이제 힘을 내보려고 합니다.
2월만 쉬고...2월만 기다려보고...2월만 슬퍼하고....
3월이 되기전에 저는 다시 한번 꿈을 꾸려고 해요.
고3을 한번 더 하는 것이 아니라
고4가 되어 더 깊은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 생기부 교내수상 이런 것들 신경안쓰고
오직 수능을 위한 수능을 잘 치르기 위한 진짜 수험생이 되려합니다.
저를 믿고 지금껏 기다려준 부모님이 다시 웃으실수 있을 때까지
제 친구들에게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기 위해
저를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던 동생에게 다시 멋진 누나.형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저자신에게 여전히 제가 아주 괜찮은 사람이란걸 증명해주고 싶어요.
저를 불쌍하게 보지 말아주세요.
저는 실패한 게 아니예요...성공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가고 있을뿐이예요.
대학이 저의 전부는 아니지만 더 높이 있는 제 꿈을 위해서 대학에 씩씩하게
가고 싶어요...공부하면서 제 꿈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거예요.
곧 저 혼자만 쓸쓸한 봄이 오겠지요.
하지만 이제 저는 다시 달릴 힘이 생겼어요.
엄마 아빠 묵묵히 기다려주시고 용기주셔서 감사해요.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제맘을 아실거라고 생각해요.
대학에 가는 친구들아....
너희는 먼저 열심히 하고 있어라...
나도 곧 더 멋진 내길을 꼭 찾을 것이다....
저는 수험생은 아니지만...수험생들의 이야기가 제귀에 들리는 거 같아요.
그들의 가슴에서 흐르는 피가 보이는 거 같아요...
혼자 조용히 우는 그들의 울음이 들리는 거 같아요...
내 아이 혹은 그대의 아이...내 아이의 친구....
오늘이 음력으로는 1월1일 새해입니다.
이제 곧 고4가 될 친구들 혹은 고5가 될 친구들
어차피 입시가 모두 상처라고는 하지만
상처가 흉터로만 남지 않고 성숙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그대들이 꿈꾸는 그 곳으로 반드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 새날 새시간에 새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그대 수험생들의 오늘의 눈물이 분명 값진 열매로 맺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실 부모님들...응원합니다.
가장 힘든 시간들을 함께 지나가시면서 더욱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오롯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기를...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마음으로 꼭 안아드립니다.
이 시간들이 잘 지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혼자 아니시고 우리 함께 있습니다....손 잡아 드립니다.
오늘 떡국 많이 드시고 신체나이 말고 마음의 나이 더 커지시기를요.
언제나 그분의 위로와 평안을 또한 기도합니다.
작년에 주시지 않고 아껴두셨던 복을 올해 한꺼번에 더 부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행복총량의 법칙을 알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저 우리는 기다리고 조용히 기도 드립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해지기를 평안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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