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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엄마의 편지

가끔씩 친엄마인가? 싶어지는 친정엄마

(세상에는 친엄마보다 더 친엄마같은 훌륭한

step mother가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언제나 존경합니다.)


어릴때부터 분명 내 친엄마는 어디선가 나를

그리워하고 돈많이 벌어서 언젠가는 나를 찾아올것이다

이렇게 믿어지게 하던 엄마가 제 친정엄마입니다.

(그때 제 친엄마의 직업은 빵공장 사장이었으면 했지요)

논둑길을 걸어서 고개 두개 넘어서 왕복 두시간 거리를

걸어다녀야 하는데도 하얀원피스에 빨간구두에 스타킹을

입고 다녀서 친구들한테 왕따를 자초하게 한 데다가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과 늘 차별하셨기 때문이예요.

지금도 저만 알 수 있는 그 차별은 여전하십니다.


엄마와 달리 저를 인격체로 대하시고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셨던 아빠와 일찍 사별하고

엄마는 제게 한통의 편지를 주셨어요.

(모든 유산은 아들에게 주시구요.)

아빠 몫까지 저를 사랑해주시겠다는 짧은 글이었지만

저는 그 어떤 유산보다 더 좋았어요.

(그때는 제가 온정신이 아니었나봐요...)

평생 내 엄마 같지 않던 엄마가 드디어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신다니 참 좋았지요.

(제 어릴적 친구들은 제가 진짜로 많이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더라구요

이중인격은 아니셨지만 실제와 보이는 모습은 다른지라..)


엄마는 자아가 무척 강하시고 자신의 뜻대로만

주변사람들 특히 자식이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분이세요.

비록 시골에 살아도 내 자식은 옷도 반듯하게 입고

공부도 잘해야하고 엄마말도 잘 듣고 착해야한다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인정받아야한다고 하셨죠.

저는 자라면서 한번도 엄마한테 NO 라고 하지 못하고 컸어요.

엄마는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해서

제가 반항하면 너무 상처받아서 많이 슬퍼할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엄마말을 잘 들으면 언젠가는 남동생보다 저를 더

사랑해줄거라고 생각하며 착한? 딸 노릇을 했어요.


지금도 엄마는 저한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들이 있어요.

예쁘고 날씬하고 어떤 남자애들보다 똑똑했던

(실제의 제가 아닌 엄마가 갖고 싶어하셨던 바로 그 딸의 모습)

그 시절의 저를 다시 찾고 싶으신가봐요.

(저 스스로도 이제는 잘 기억도 안나는 리즈시절의

저를 엄마만 알뜰하게 기억하시고 바라십니다..ㅠㅠ)

제가 일을 다 접고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는 것도

항상 못마땅해하시지요..

서로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여전히 친정집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울면서 올 때가 많아요...


저는 우리 엄마 같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였어요..아이들 의견에 귀기울여주는 엄마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은 내 맘에 안들어도 봐주기...

엄마가 항상 내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되게 하기

그래서 우리아이들은 단한번도 엄마가 자기들을

사랑하지않는다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하기...


자식에게 욕심을 부리는 것...

자기가 되어보고 싶은 모습을 자식에게 투영하는 것

자기 꿈의 대리만족을 자식에게서 보고 싶어하는것

자식이 잘 되는 것이 내 꿈이 되는 것

자식과 내가 어느 순간 하나의 존재로 인식되는 것


어느덧 둘째가 대학 갈 나이가 되니

저도 제 친정엄마의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는것을

아프게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것도 사랑의 한 원형임을

알게 된 나이 50 지천명이 가까와오고 있습니다.

(지천명이 그 지천명은 아니겠지만요)


이제 만으로도 20살이 넘은 큰아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온전히 어른으로서의 삶은 이루지 못했지만

조금씩 시행착오와 성공과 실수와 실패를 겪으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가겠지요.

사랑을 하기도 하고 사랑을 잃기도 하겠지요.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둘째는 이제 수능을 38일정도

남겨놓았네요..수능이 끝나면 아들은 어디에 가 닿을까요?

30일의 기적을 이뤄보자로 아침구호가 바뀌었습니다.

그의 기적을 기원하며 응원합니다.

아이와 엄마와의 인연을 이어온지 이제 만20년이 되어갑니다.

한 인격체가 세상에 와서 이제 온전한 독립을 하게 될 순간도

곧 오겠지요..언제나 아쉽기만 순간입니다만....


오랫만에 아들에게 편지를 써볼까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동안 미안했던 일들...

저도 모르게 내 것이라고 오해하고 행했던 일들

그의 영혼과 시간과 정신과 육체를 내 의지대로

내 원하는 대로 하고자 했던 욕심가득한 시간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혼자 실망하고 속으로나마

원망하고 서운해하고 아쉬워했던 시간들

서투르고 부족해서 아이에게 했던 잘못된 행동들을

사과하고 화해하고 싶습니다.


아이도 어느새 알고는 있는 듯합니다.

엄마의 모든 잔소리와 책망과 소리침 속에는

자신을 향한 사랑과 기대와 희망이 있어서였다는 것을요.


이제 아이의 수시 결과와

수능점수와 정시 결과에도 담담해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여전히 연약하고 부족한 엄마이지만

담대하게 아이를 품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리하여 아이가 이제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라

혼자서도 세상을 당당히 살아나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는 첫발자국을 뗄 수 있기를요.


여기까지 오느라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전국의 수험생 부모님들

어른들이 만든 아슬아슬한 시험장에

들어가서 수능치를 수험생 여러분

이제까지 잘 해온 것처럼 잘 마무리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 모든 것 위에 

신의 축복하심을 중보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