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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꽃이 아니어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시험을 가장 잘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대학을 제일 멋진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엄마 아빠에게 가장 큰 효도가 대학 잘가는 것임을 너무 알기에

주변분들한테 막 자랑하고 싶고...한턱 내고 싶고..

대학 어디갔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참 눈치 없는 분들)

분들 한테 @@대 하면서 자랑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은 정말 누구일까요?


잘하는 아이...대학도 한번에 착 가주는 아이는

사실 칭찬도 축하도 격려도 필요가 없습니다..

셀프로 다 되니까요.

제가 관심있는 아이는...잘 못해서 주눅들어있는 아이.

거친 말과 과한 행동으로 자기의 불안함을 감춰 보려하지만

실은 내가 이렇게 부족하고 별볼일 없어도..

엄마는 나를 사랑해줄수 있어요?

그렇게 눈빛으로 묻고 있는 아이입니다.


엄마를 실망시켜서 눈치보는아이...

대학 따위하고 쿨한척하면서도 자존감 낮아진 아이

친구의 성공을 축하해줄 여력도 없이 상처받은 아이...

축쳐진 어깨를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세상으로 혼자 나가야하는 아이입니다...

그것도 엄마한테 안떨어지는 입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하는 아이....

저희 집에도 한명 있습니다..


저는 요즘 아무도 안만나고 집에만 있기에

그다지 상처받을 일이 별로 없는데

남편은 작년 송년회를 비롯 올해 신년회를 하면서

각종 모임에서 대학 어디갔어?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지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서울대 갔다고 한턱내는 오랜 고교동창 부부모임에도

저한테 말도 안하고 혼자 다녀온거 같구요...

쿨한척해도 아빠도 모두 상처받겠지요...


그래도 역시 가장 상처받은 사람은 수험생 당사자겠지요.

우리 둘째는 재수는 안하기로 해서

(제 생각에 재수해도 별반 나아질거 같지 않아서)

적정1 적정2 적정3 이렇게 원서를 썼습니다.

아이 주변 친구들은 올해 왜 그다지도 논술 합격자가 많은지요.

원래 논술로 대학가는 아이가 워낙 귀한 지방이다 보니

논술로 대학간 학생은 대학가면 볼 수 있다 실었는데

올해는 주위에 너무 많아 그또한 상처가 되나봅니다.


모든 시험에는 적당한 준비가 있어야하는데

언제나 평소 기본 실력만으로

(안 믿으시겠지만 사실이라는 것이 슬픈 진실)

시험봤던 둘째는 3학년 2학기 성적이 제일 좋은 채로

내신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당연히 수능100% 전형으로만 대학갈 줄 알았던 

제 전략과는 너무 다른 수능점수를 받았습니다.

사실은 이미 6모 9모에서 예견은 했지만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랬었지요...


게다가 수능 성적통지표를 받기전

예상했던 표준점수와 백분위로는 갈 수 있을거 같던 대학라인도

막상 수능점수 발표후에는 모두 멀어져만 가고

새로운 라인을 찾아야만 했어요...

제가 사는 곳에 있는 수많은 대학들 컷트라인을 

처음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본의아니게 집 앞 대학도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답니다....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


어릴때부터 주목받던 아이

중학교때까지 공부를 곧 잘 했던 아이

한때는 영재가 아닐까 의심도 하게 했던 그 아이

엄마 욕심으로 전국구 기숙학교에 갔다가

일반고로 전학하는 고통을 줬던 그 아이...

원하던 만큼 수능점수 못 받고

논술로도 적성고사로도 대학에 못가고...

정시까지 넘어오게 된 내 아이....


이미 좋은 대학에 붙은 친구들과 스키여행을 가야했던 아이...

(정시 원서 쓰기전 일정이라 참말로 난감했지만

 아이 기죽을까봐 저도 따라 갔다 왔습니다...)

마지막 고등학교 생활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라고

수시 추가합격 기간 내내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 합격소식 듣는 것을 지켜봤던 내 아이

맘 편치 못하게 놀고/ 먹고 자고 엄마 눈치 보던 아이...


그 아픈 아이 뒤에 우리가 있으니

여기가 끝이 아니고...세상에는 공부로만 줄서는게 아니고

다른 것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고 알려줍시다.

사랑받을만 해서 사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맘에 안들때도 가끔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널 사랑한다고 한번 말해줍시다.


우리 아이들  지금 그 어느때보다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오랜만에 편지 혹은 문자 한번 날려볼까요.


얼마나 힘드니?

니가 엄마라고 처음 불러줬을 때 처럼

처음으로 혼자 한발자국 떼고 걸었을때처럼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엉덩이 실룩실룩해주었던 것처럼

받아쓰기 백점 맞았을 때처럼

지금도 엄마는 변함없이 지금의 너도

사랑하고 있고.너로 인해 행복하다고..

언제나 너를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한다...

사랑하고..사랑하고...다시 사랑한다...아가.


꽃이 아니어도 너를 사랑한다..내 아가

그러니 너도 너의 스무살을 맘껏 즐기라고

그러하니 너도 이제 다시 너의 생을 살아갈 길을 찾으라고

언제나 길은 열려있고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엄마는 다만 네가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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