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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슬픔도 때로는 힘이 아주 세다

드디어 둘째의  입시 일정이 일단락되었습니다.

아직 합격힌 대학도 없지만

아이가 해야할 일은 일단은 다 해냈습니다.

결과는 이제 하늘에 맡깁니다.

파파의 대부분의 부모님들과 수험생들도 거의

일정이 끝나가고 있겠지요.


오늘 아침 일찍 깨우지도 않았는데

단장 끝난 둘째는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만 12시간이 되었지만 안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친구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둘째가

고3 1년 보내느라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었을까요?

역시 공부는 타고난 사람만 해야 한다 싶습니다.


이제 두아이를 다 성인으로 키워낸 저는 

저 자신으로 원래의 저로 돌아가려 합니다.

Back to myself

아직 입시결과가 다 나온것은 아니니

우선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두번째 스물네살로 돌아가려는 준비를 시작합니다.

공부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던 시기

내 몸무게 하나만 책임지면 되던 나이

내 인생 하나만 잘 살아내면 되던 가벼운 시절


여전히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할 일들이 많이 있고

갑자기 온전한 내 생활만 챙기기에만 장벽들이 있지만

그래도 천천히 제2의 인생을 재부팅해보려합니다.

아이들이 각자 자기의 일을 찾고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하고

자기 짝을 찾아 각자의 가정을 만들기까지 험난한

인생여정이 남아 있지만....조금씩 홀로서기를 준비해봅니다.


아직 둘째 입시가 마무리된 것도 아닌데

이런 계획들을 세우는 것은

둘째를 독립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아니 제가 둘째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아이를

잡고 있던 손을 살짝 놓아주고 세상으로 혼자

뚜벅뚜벅 걸어나가도록 지켜보기 위해서지요.

이제 온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아직도

치뤄야할 삶의 관문이 여러개 남아 있는 둘째를

생각하니 마음이 여전히 아릿아릿합니다.


아직도 수능이 끝났다는게 실감이 안나고

받은 점수는 더더욱 낯설기만 합니다만

그래도 욕심을 내려놓고 혹시나 하는 기대도 내려놓고

주시는 결과에 감사함으로 받아들일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대학가기가 이렇듯 험난하고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님까지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일에도 울컥울컥해집니다.


어제는 처음으로 아빠도 함께 저희 가족도

수험생 3종셋트가 되어서 논술보러 갔지요.

원래는 아빠는 사회복지시설 김장 봉사를 가기로 했는데

(저희집 김장에는 아무 봉사도 안하는 사람이 말입니다.)

한번은 수험생 부모 심정을 현장에서 느껴보아야

나중에 우리를 구박하지 않을거 같아서 그리고

아이가 자기가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오늘은 우리에게 봉사하라 했지요.

엄마 아빠 수험생 맥도날드 버거 셋트도 아니고

수험생 3종셋트...참말로 거시기합디다만....


2016년 첫 세명의 가족 나들이가 논술보러 가는길...

논술은 어려웠지만 우리는 함께 첫눈을 보았고

차에서 귤도 나눠 먹고 우산 쓰고 논술장을 찾아가면서

수많은 인파속에서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우리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과도 좋으면 더욱 감사하겠지만요.


큰아이때 한번 입시의 희노애락을 겪어봤기에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것 같습니다.

안달복달해도 안되는 일은 안된다는 것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본것 만으로도

되었다 이리 생각해봅니다.

사랑하는 아이의 입시...

이제 곧 무서운 합격자발표 도미노가 시작되겠지요.

어떤 예방주사로도 막을 수 없는 그 순전한 고통....

부디 수시에서 끝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파파마을 부모님들 수험생들 

부디 서로에게 덜 상처주면서 덜 슬픈채로

입시가 잘 마무리되기를 소망합니다.

추합의 도미노가 순조롭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분들의 빠른 선택 부탁드립니다.

합격의 기쁨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배려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때로는 슬픔도 힘이 됩니다.

슬픔을 서로 공감하며 나눌 수 있을 때지요.

때로는 기쁨도 좀 감춰주시는 것도

겸손의 미덕을 보여주시는 것도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능 잘 본 일은 충분히 자랑하고 싶고

기쁜 일입니다만 대다수 많은 분들을 위해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여러군데 동시에 합격해서 어디로 가야할지

정말로 고민이 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겪어보니 둘 중 하나 중에

버려지는 그 카드..그 대학 그 학과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간절히 갖고 싶은 카드이니

조금은 신중하게 표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세대 경영과 고려대 경영 둘다 좋아요...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와 성균관대 소프웨어학과

둘다 보내고 싶은 학교에요....


광화문에서 전국 각 도시에서 그냥 자기 집에서도

1분동안 불을 끄고 마음을 모으는 그런 기적같은

일들이 우리 수험생들에게도 일어나면 좋겠어요.


슬픔도 나누면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추운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잘 열매맺기를 소망합니다.


모두들 힘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함께 함으로 우리는 힘이 아주 셉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는 결국은 아주 잘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때 세상은 분명 그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