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생물을 선택해서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고3이 될때까지 그다지 관심도 없던 물리과목을
3모 끝나고 생물을 물리로 바꾸었어요.
다행히? 생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기에
버려도 아깝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물리가 그리
만만한 과목이 아니라는데 있어요.
화학은 원래 좋아했고 그나마 공부도 해왔지만
물리는 단지 생물이 싫어서 선택한 것이니...
이제 어째야 할 지 좀 막막합니다.
둘째: 엄마 오늘 모의고사에서 20문제중 7를 맞았어요.
5개는 요즘 공부한 부분에서 나왔고
2개는 작년에 배웠던게 기억이 나서 풀었어요.
엄마: (속으로 엄청 놀라고 무서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제 13개만 더 맞으면 만점이네.
물리 개념 진도 이제 절반은 다 나갔니?
여름방학에 괴외샘이나 학원 알아봐줄게 다닐래?
둘째: 아니..혼자 더 해볼래요..아직 시간이 있어요.
그런데 자꾸 많이 틀리니까 공부하기가 싫어요.
엄마: 네가 그동안 수학에 썼던 시간을 생각해봐..
그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도 아직 100점이 안나오는데
다른 과목들은 시간도 안주고 좋은 점수를 기대하는건 욕심이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했지만 저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아이가 스무살이 되기 전에 학년이 올라갈 수록 받는 수많은 실패의 경험
수없이 무릎이 꺾이는 시간들...시험 하나마다 받아지는 상처들..
상처가 미처 낫기도 전에 같은 부위에 또다른 상처가 더 깊이 생깁니다.
이제 익숙해질만도 한데 도무지 면역이 생기지 않는 아이의 생채기...
너무 깊게 파여서 물만 닿아도 또다시 염증이 생기는 악순환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주눅이 들고 눈치가 보이는 이 상흔
마음이 설레이는 여학생을 만나도 마음 한번 표현 못해보고 ...
주말에 친구들과 모여서 농구한번 하기에도 눈치 보이고
여행은 커녕 시험끝나고 영화보러 가는 것도 마음이 편치 못했던 시간들
아침에 눈도 못뜨고 학교에 가서 졸릴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수업 듣고..오후에 졸릴까봐 밥도 조금만 먹고 수업 듣고....
해가 지는지 비가 오는지 모르게 형광등 아래서 자습을 하고
내 짝이 오늘 웃었는지/ 뭘 물어봐었는지/ 얼굴표정은 어땠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던 매일매일이 그날이 그날인 날들....
그러고도 집에 와서 웹툰 하나 보려고 해도 눈치가 보이고
좋아하는 음악 좀 10분만 듣고 공부하려 해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엄마의 잔소리
시험만 끝나면 여태 아무 관심없던 것 같던 아빠가 시험 잘봤냐고 물어오시고...
일요일도 잠 한번 늦게까지 못자고 여기까지 왔는데...저는 왜 이모양일까요?
우리 둘째는 아마 저에게 이렇게 묻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점수 밖에 못받는 걸까요?
엄마는 과연 뭐라고 답해 줄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성적이 안 좋은 건 누구 탓일까요?
우리 부모들은 아이의 성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아이의 성적이 내 성적인듯 여기면서도
아이 옆에서 아이가 보고 있는 책이며 문제집 한번
같이 풀어본적 있나요?최소한 눈여겨 본 적은 있나요?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느라고 우리가 스스로
양보한 것들은 많이 있어요.버려야 했던 것들도 많이 있지요.
나를 돌보지 못하고 내 시간들을 아이에게 줘야했지요.
그런데도 아이는 혼자 커온것처럼 자기맘대로 하고 싶어해요.
문제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거죠.
시간은 어느새 우리 아이가 모든 공교육의 정점 고3
대입을 앞두고 있는데 수능 하나로 평가받고 인생을 결정되기에는
얼마나 억울한 일들이 많이 있는 것일까요?
천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원장의 강의를 들었어요.
제 나이 서른살에 둘째를 낳았어요.
그때부터 이미 두살인 큰아이와 갓 태어난 둘째까지
두 아들의 엄마로 이십여년을 살아왔어요.
일하느라고 아이를 봐주시는 분과 힘든 날들도 있었고
아이들만 잘 키워보겠다고 전업주부로 살았던 시간도 있었죠.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잘 안될때도 당연히 있었어요.
그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와서 이제 마지막 1년
미성년자인 아이를 키워보는 마지막해...아이의 꿈을
지지하고 아이의 미래를 축복하고 아이를 넓은 세상으로
이제 보내야하는 시기가 되었어요.
안쓰럽고 허전하지만 그런 시간이 왔네요.
아이 스스로 나름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성장해나가겠지요.
공부만이 아닌 성적으로 평가되는 것만이 아닌
다른 잣대로 세우는 줄도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둘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눈맞추고 마음 맞추고 들어주는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어요.
그런 둘째가 자기 스스로의 마음도 잘 달래가면서 살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살이를 그다지 지치지 않고 잘 해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이 귀하고 아름다운 선물 같은 우리 둘째를
저보다 더 잘 돌봐주고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옆집 엄마에게 주시지 않고 저에게 보내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기말고사와 6월 모의고사가 끝나가는 지금
수시원서 6장과 직면해야 하는 바로 이 시기에
내 원대로 내 욕심대로 아이가 되어있지 않다고 해서
그것으로 아이와 다투고 서로 상처를 줘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내 남편의 기대와 욕심에 적합한 상대가 아니어서
그가 실망하고 화내면서 점수를 매기려고 한다면 난 어떨까요?
저는 아이를 야단치고 싶거나 뭔가를 따져 묻고 싶을 때
이런 얘기를 남편이 나한테 똑같이 얘기한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당신은 살림을 왜 그렇게 밖에 못해?
요리는 4등급/ 청소는 3등급/ 빨래는 2등급/ 교육은 하나는 1등급 하나는 5등급
시댁과의 관계는 과연 몇등급?
아이의 최선의 결과물이 지금이라고 그냥 인정하려고 합니다,
이제 130여일 후에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잘 헤쳐나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제가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아이와 좋은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아이가 만날 새로운 세상이 아이를 성숙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기를
기도합니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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