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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대한민국 아빠들 홧팅!

저희 남편은 신문이 오는 시간에 오는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아빠 안녕하세요? 우리 집에 자주 놀러오세요...했던 ...

학원 결정도 학교진학 문제도,거의 저혼자 했지요.

남편은 그저 애들한테 맛있는 사주거나, 만들어주거나 (차승원 스타일)

가끔 여행을 데려가거나, 일년에 두번(추석,설날) 목욕탕 데려가거나

주로 자는 애들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그런 대한민국 평범한 아빠예요.

젊을 때는 서운할 때도 많았고, 내가 왜 이사람이랑 결혼했을까? 번민도 많았죠.

게다가 엄청난 효자에다가..친가 식구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참 거시기한 스타일


그랬던 그이를 다시 보게 된 지난 몇달이었습니다.

주위에 온통 서울대 가는 걸로 소문났던 아들이

서연고 모두 불합하고...3년만에 집으로 돌아와서

손님처럼 뻘줌하게 있게된 지난 겨울.

사춘기 때 이후로는 단한번도 아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던

그만큼 믿고 자랑스러워했던 그 아들이

어쩌면 재수를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들은 눈치도 없이 친구들 만나러 다니고, 옷사달라 구두사달라 하고

정시에서 서울대를 쓸 수 없는 점수라는 걸 이해도 못하던 남편

서울대 수시 발표후에도 아들을 앉혀놓고...

아끼던 블루라벨을 마시며 격려해주던 멋진 남편이

경찰대 마저 최초합이 아닌 결과가 나오자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인지..주차하다가 백미러도 깨뜨리고

처음으로 우리 앞에서 울었습니다.


급성 방광염에 걸려서 링겔도 맞고

저보다 더 아파하는 남편을 보면서 표현하지 못해도

힘든 마음은 나랑 똑같구나 하면서 갑자기 확 친숙해졌어요.

세상 누구도 이렇게 나처럼 같은 마음으로 내 아들을

염려하고 안쓰러워하고 그래서 밉기도 할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주위의 아빠들도 다 비슷하더라구요.

재수해야 하는 아들을 보며 엉엉 우시는 아빠

매일 매일 기도 했던 아빠....

그러면서도 재수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아빠

어디가서 엄마들처럼 편히 같이 넋두리하고 위로받기도 어려운

아빠들이 한번에 확 늙어보이는 입시철 이었습니다.


먼저 보낸 5명 아이들의 명예졸업식날

모두 외아들이었던 그 친구들의 아버지들.

모두 다 졸업을 하는데..재수를 하든 원하지 않는 대학을 갔든

그래도 다 살아서 이렇게 졸업을 하는데..

여러분 곁에 5명의 아이들이 있도록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여러분들은 이제 아무 죄책감없이 세상으로 멋지게 출발하라고...

졸업하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셨습니다.


이 땅의 모든 아빠들

엄마보다 더 아이를 깊히 사랑하지만

내색하는 것에는 서툴어서...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온통 자식 중심이라  맛있는 거 좋은 거 다 애들만 주고

본인은 남는거 ..애들 안먹는거 드시는 남편들

자식과 아내가 서로 분위기 싸하면 누구 편도 못들고

눈치만 보면서 1년을 버텼건만

맘에 드는 대학 탁 들어가지도 못했건만

입학 소식과 함께 날아드는 엄청난 금액의 등록금 걱정

방 얻어 줄 걱정...이 정도 대학나와서 사회생활이나 잘할까

아빠들의 밤은 길고 더디게 흘러갑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하면 안되는 줄 알고 살아온 아빠들

남들 앞에서 울면 지는 거라고 버티며 살아온 남편들

마누라가 원하는 거..옆집 남편처럼...친구 남편처럼 못해줘서

늘 눈치보고 기죽어도 티 못내고 살아가는 남편들

미생을 보면서 속내를 들킨 거같아  맘편히 웃지도 못하고 보는

이제는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도 날 거 같아진 남편들

친구들 편...시댁식구들 편....직장상사들 편  인줄 알았던

그 남의편이 실은 그 누구보다 내편이었다는 걸 이제 알거 같아요.


특별히 미울때도 엄청 많았지만. 그래도

나랑 같이 내 아이를 더 할 수 없이 사랑해주고

믿어주고..내가 지칠때 묵묵히 아이를 다독여주면서

같이 인생 길을 함께 걸어가준 고마운 제 남편과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에게 옆에 있어줘서. 큰 나무처럼 있어줘서

감사하다고....애들 입시 끝나고 우리가 갚을 그 날까지

건강하게 있어달라고  ....우리도 사랑한다고...

당신들을 응원한다고 오늘은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대한민국의 멋진 아빠들

응원합니다...대한민국의 슬픈 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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