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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불행 사용 설명서

집집마다 늘 언제나 행복한 가정이 있을려나요?

제 몸의 절반 같으셨던 친정아버지를 잃고 살게 된지 이제 10년도 넘었네요.

저를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으로 살고 싶게 만드셨던 아버지..

어느날 갑자기라고 할 만큼 너무나 갑자기 아무 대비도 없던 저를 두고

아버지는 어느 가을날 떠나셨어요.

드라마처럼 인사도 못나누고...영영 이별을 하게 되었지요.

그 이후에 제가 웃는 웃음은 반쯤은 가짜이고

제가 느끼는 그 어떤 순간도 온전히 다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고도 삶은 계속 되는 것이니  저는 여기까지 어찌어찌 왔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후회들은 다 말하면 뭐하겠어요....


사업하는 남자랑 살다보니 경제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일도 아닐만큼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있지요.

그것은 견딜 수 있는데 자식 키우는 일에 동참하지 않는 남편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힘이드는 일이었어요.

늘 바쁘고 지인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아빠랑 밥먹는 일이 

이벤트 같은 일이었으니 교육은 언제나 저 혼자의 몫이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에는 그또한 힘들다

생각해본 적 없었구요.


생각해보니 올해 지금이 저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인 거 같아요.

둘째의 입시...너무나 불확실하고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성적

아직도 에너지가 남아 있을만큼만 공부하는 그 친구가

수능까지 어느 정도나 공부를 다 마칠 수 있을지 너무 두려워요.

불행은 언제나 대문밖에서 기웃거리다가

주인들이 틈을 보이면 연기처럼 스며드는 거 같아요.

제가 대신 해줄수 없는 일..제가 그닥 도울 수도 없는 일

아이가 열심히 해주는 것 같은 날은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가

어느날 지쳐하고 능률안오르니 자꾸 딴 생각하는 것 같은 날은

저또한 힘이 빠지고 수만가지 걱정으로 잠도 오지 않아요,


여기까지 정말 긴 여정이었어요.

머리보다 가슴이 발달한 우리 둘째는 중2때 처음으로

무릎이 굽혀지는 첫번째 점수 하강을 시작하더니

고3이 되는 지금 살펴보니 정말로 평균정도의 무난한 학생이

되었네요. 삶이 평균이 되어서 평범하게 사는 것만도

행복해보이는 현대사회에서 생활의 모습이 아니라

점수의 평범함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옆집 아이 말고 우리 아이가 좀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좀더 많은 돈을 벌면서 좀더 행복해지를 바랬던 제 욕심을

본의아니게 이제 내려놓아야하나 봐요....


이제 겨우 스무살 우리 둘째 혹은 둘째 같은 아이들

이제부터 조금 헤매이더라고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른 삶을 살아본다 하더라도

길이 끝나는 길에 또다른 길이 있기를 바랍니다.

부모를 잃은 저도 여기까지 어떻게든 잘 왔으니

우리 아이들도 실패 혹은 고난을 이기고서 

앞으로 나아가 또다른 멋진 길을 찾아내기를 소망합니다.


그 아이들 뒤에 우리가 든든히 서 있으니

혼자가 아닌 그 친구들이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쏟아져도 언젠가는

다시 맑은 날/ 햇빛 찬란한 그들의 봄이 여름이

와주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