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열악한 환경인 기숙사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던 아들 생각이 납니다.
수능날 아침도 기숙사 밥을 먹고 가야했던 아이
전자렌지도 없어서 추위 많이 타는 아이가 뭐 데워서 먹을수도 없고..
외풍 엄청 심한 기숙사...몸에도 안 맞는 작고 딱딱한 2층침대에서
웅크리고 자면서 견디어 냈던 3년의 시간들
각 호실은 당연히 없고,각 층에 화장실도 샤워실도 한두개 밖에 없는 공간에서
군인들처럼 버텨가며 심야공부할 독서실도 기숙사에 없어서
화장실 불빛에 비추어 공부했다던 시간들
다시 하라면 절대로 못할 것 같은 그곳 기숙사 생활...
그곳에서 아이는 연대 사회과학인재 특기자 전형 수시발표에서
첫 고배를 마셧어요. 저희 아이 바로 앞에서 컷이 끊겼지요.
평소에 엄청 대범하고 자신만만하고 엄마말 어지간히 안듣던 아이가
당연히 통과될줄 알았던 1차에서 탈락하고 나니
상처가 생각보다 훨씬 컸었나봐요.
엄마인 저는 저대로 상처받고 놀라서 당황했어요. 아아...
나중에 들으니 아이는 너무나 놀라고 가슴아파서
기숙사에서 하루 종일그냥 누워 있었다 하더라구요.
전화로만 물어볼게 아니라 제가 가서 안아주고 위로했어야했는데
저도 어쩔 줄 몰라하면서 그렇게 지나갔었던 그 시간을 후회해요.
기숙사학교는 하루종일 사생활이 노출되기 때문에
아이들 혼자서 힘들고 아파도 내색하지 못하고 혼자 숨어서
감정을 정리할 개인적인 공간도 없습니다.
부모님께 온전히 위안받고 투정부리고 감정을 투사해야하는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혼자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빈 기숙사에서 쓸쓸하고 가슴아프게 울지도 못한 채
멍하니 누워있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엄마는 어떤 경우에도 엄마이니까
아이보다 더 담담하게 의연하게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미리 안아주고 아무것도 아니다...이런 일쯤....괜찮다
그동안 니가 최선을 다한거 엄마가 알고 있다...
그러니 괜찮다...너를 놓친 연대가 바보다....
이랬어야 했는데 ...제가 더 실망하고 불안하고 슬퍼서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던 듯 합니다.
실상 아이가 다 잘되고 있을때에는 엄마의 도움이 별 필요가 없어요.
내면에서 나오는 내적 에너지가 아이를 살아서 팔딱거리게 만드니까요.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상실이나 실패를 겪고 있을때
스스로 셀프 치유가 안되니까 부모가 외부로부터 다시
인공호흡하듯이 긍정에너지와 힐링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어야하는거지요.
가엾은 아이는 혼자서 수능 공부 마무리를 해나갔어요.
자꾸만 여기저기 아프다하고.특히 머리가 자주 아프다해서
정말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수시로 찾아가서 수험생마사지도 머나먼 아산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받고
인근 병원에서 수액도 많이 맞추고...먹고 싶다는거 다 공수해다가 주고
뭘 먹고 싶어할지 몰라서 보온도시락을 두개나 장만해서
이것저것 가득 담아서 양손 가득 들고 찾아가서 먹이기도 하고
일주일에 두세번은 한시간 거리인 기숙사에 왔다갔다 했던거 같아요.
수능이 끝나고 짐을 챙겨서 집에 오는데 자꾸 눈물이 나더라구요.
수능을 그다지 잘 보지 못한 상황에서 수시는 다 안되고'
정시를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었거든요.ㅠㅠ
책을 다 버리고 와야하는지...혹시 모르니 가지고 와야하는지
옷이며 이불이며 베개며 얼마나 다 남루해보이는지
짐을 정리하는 다른 친구들도 다 짠하게 보이고....
그렇게 기숙사를 떠나왔습니다.
지금도 기숙사에서 홀로 애쓰고 있을 대한민국 수험생들
어른도 아닌데 어른처럼 오롯이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고
가슴아파도 어디다가 하소연도 못하고
먹고싶은거 아무때나 먹지도 못하고
혼자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화장실도 불편하고...
집에 있는 친구들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오늘은 특별히 그 친구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홀로 견디었던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꼭 받게되기를요.
멀리 떨어져서 그리워하며 걱정하고 계신 부모님들
조금만 더 기운내셔서 마지막 뒷바라지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소망하는 가장 좋은 곳으로 가 닿기를 기원합니다.
행운과 은총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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