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를 어찌어찌 대학 보내고 보니...
가족인듯 가족아닌 가족 같은 가족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등학교 갈 때는 미처 몰랐는데 그때 16살에 집 떠난 것이
본의 아니게 같이 사는 것은 거기서 벌써 끝난다는 것을 엄마도
아이도 모른채 그렇게 아이는 어쩌다 어설픈 어른이 되었네요.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바쁜 큰아이가 오는 날이면
가장 큰 손님이 오는 듯 마음이 번잡해지고
왠일인지 새로 장을 봐서 최소 몇개의 새로운 반찬을 해야 할 것 같은
신경쓰임이 있습니다..같이 살고 있는 둘째에게 좀 눈치가 보이지만요.
이럴 줄 알았으면 수능끝나고 잠깐 같이 있을때 만이라도
더 자주 밥을 같이 먹고/ 같이 차를 마시고/ 영화도 같이 보고
귀찮아 하지 말고 쇼핑도 같이 다니고/ 산책이라도 한번 더하고
그 아이가 뭐를 좋아하는지/ 뭐에 관심이 가는 중인지
얘기라도 더 많이 나누어볼걸 싶어집니다.
지금 가끔씩 집에 오면 마치 첫사랑과 연애하는 것처럼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준비하고 기대하는 엄마 마음과 달리
아들은 저혼자 있으면서 가끔씩 저 말하고 싶을 때만
말을 걸어주며 /이때다 싶어서 이것 저것 좀 물어볼라 치면
그놈의 소리/ 누구라고 하면 엄마가 알아?/ 뭐라고 하면 알아?
그저 맛난 거 좀 먹으면 그거 보면서 혼자 좋아하고
구박 받으면서도 이것 좀 더 먹어라.....저거 할래?
아! 영원한 짝사랑...
큰애와의 관계를 교훈 삼아서 둘째랑은 같이 있는 지금
되도록 함께 여러가지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침 저녁 태워다 주고 차에서라도 얘기 나누기
공부할때 핑계를 대서 같은 방에서 있어주기(약간의 감시기능도 있음)
어쩌다라도 영화라도 같이 보기
지 좋아하는 거 사다놓고 생색내며 먹게 하기
쿨한 척 걱정되지 않는 척 무심하게 대해 주기
되도록 하루에 한 번이라도 스킨십하기
언젠가는 이 친구도 저를 떠나서 엄마를 마냥 귀찮아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저혼자 저벅저벅 걸어가고 싶어하겠지요.
생각보다 아이가 내 손에서 완전히 떠날 날이 그리 멀지 않을지도요.
초등학교 입학할때 한 손 놓아 준 아이들
입시라는 험난한 여정이 끝나고 대학이라는 곳으로
가면 그래서 친구든 이성친구든 엄마보다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
생기면 이제 나머지 한손도 온전히 놓아주려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허전하고 온갖 걱정에 잠도 안올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아이는 온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자기 인생 전체를 자기가 책임져야만 하는...고단한 어른..
아이는 그래도 살다가 너무나 힘이 들면 엄마가 생각나겠지요.
자기 인생 마음대로 살고 싶었던 아이가 어느 날은
일이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어떤 날
그동안 수많은 잔소리와 걱정으로 자기를 들들 볶는다 싶었던
엄마가 그리운 날이 오겠지요.
공지영씨 소설 이나영 원빈 주연의 영화 제목처럼
지금 이렇듯 힘들게 지나고 있는 시간이 어쩌면
우리들에게 주어진 가장 행복한 시간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감사한 시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리아이들과의 고단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
먼훗날 우리가 추억할 좋은 시간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 또 지상에서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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