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파친님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살면서 그다지 큰 욕심 안부리고 그저 어느정도의 대학만
잘 다녀주고 지 밥벌이만 해준다면 좋겠다 생각했던 평범한
우리 엄마아빠들이 대학입시 앞에서 상처를 받습니다..에혀...
어릴떼부터 남들 보내는 수학학원 영어학원 과학학원
고등학교 가서는 국어학원에 막판 논술학원까지 아무말없이
돈 아깝다 생색안내고 보내주었건만
수능에서 왜 이런 성적 밖에 안나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풀었는지 안풀었는지 모르는 참고서며 문제집들이 수두룩한것 같습니다.
밤늦게까지 잠 못자고 태우러도 다니고 지 공부하는데 심심할까싶어
같이 기다려주고 텔레비전도 소리 죽이고 보며 온갖 눈치를 다 보면서
상전 대접을 해주었건만 수능 성적표에 기가 막힙니다.
우리 시절에 지들처럼 공부할 수 있었으면
의대건 로스쿨이건 스카이 이건 어디든 갈 수 있었을텐데...
책값도 아껴가면서 공부해도 다들 대학 잘 들어가고
취업도 해서 지들을 여태껏 뒤바리지 해왔는데
지금 나한테 일어난 일을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힘이듭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 아이들도 나름 모두 열심히 한 것은 맞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하루도 맘편히 놀지 못했지요.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학교 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지루한 수업마다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그래도 졸리면 뒤에 서있는 책상에 가서 서서라도
밥도 너무 많이 먹으면 졸릴까봐 조금씩 먹어가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버티고 버티었습니다.
주말에도 맘편히 하루 늦잠도 못자고
중간고사 끝나서 몰래 피시방에 잠깐 들렸다
집에 가면 엄마 아빠 눈치가 보였습니다.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수능날은 다가오고
수시원서 막 지른것이 슬슬 후회가 되지만 내색도 못하고
그저 수능대박을 꿈꾸며 스스로를 속여봅니다.
나는 나를 알기에 내 공부량과 실력을 알기에 순간순간
불안해지지만 그래도 다 잘될것이라 믿는척 해봅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내가 그동안 논 것도 아닌데
수능날 진짜 잘 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수능은 너무나 정직하고 잔인한 시험입니다.
그동안의 모든 모의고사 보다 가장 못본 시험이 수능이라니....
엄마 아빠 뵐 면목이 없습니다..
수능만 끝나면 몇날며칠 잠도 안자고 같이 놀자고 약속했던
친구들 얼굴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입시가 끝난 후에 다시 돌아오고만 싶습니다.
아!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너무 무섭습니다.
수시에 혹시나 한군데라도 붙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결국 정시원서를 써야 합니다.
맘에 안드는 이 점수로 도대체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수시때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대학도 점수가 간당간당합니다.
왜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까? 자책도 해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척 해보지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정시원서를 쓰면서 드디어 엄마아빠가 소리를 지릅니다.
이제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도 더이상 해볼 수가 없습니다.
한번 더 기회를 주시면 재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싶다고...하고 싶지만
재수 비용이 얼마인지 알기에 말을 꺼내볼 수도 없습니다.
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시 원서를 쓰고 여기까지 오면서 부모도 아이도 모두 상처를 받습니다.
우리집 만의 일이 아니고 대한민국 정시러들 각 가정의 모습이
모두 비슷할 것입니다.
인생이 다른듯 모두 비슷할 것이고
어떤 성적대이든 모두 아쉬움이 남는것이 입시이니까요.
우리는 신이 아니니 모두 실수할 수 있고 당연히 부족한 존재들입니다.
정시 결과가 다 나오기 전에
2월이 오기 전에 부모님과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화해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조금씩 아이들은 더 성장할 것입니다.
지금은 좀 탐탁치 않은 대학에 가도 거기서 길을 찾을 것입니다.
그동안 성실하고 열심히 해온 그 실력은 어디로 안가고 아이 내면에 남아
앞으로의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어줄 것입니다.
한번 더 공부하게 된다면 그또한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깊은 사랑입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부모 자식은 없겠지요.
그러나 입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서로가 힘든 시간에는
사랑이 잊어지는 시간도 있습니다.
파파마을 소중한 파친님들 가정에
하늘의 위로와 평안과 인간으로서의 최고의 경지인
사랑으로 가득한 2018년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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