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아들에게 쓰는 편지 2

큰아들은 멀리 말레이시아에 있습니다.

지난주 며칠 연락이 안되길래 `잘지내니?` 톡 보내니

`나 뎅기열 걸렸어`로 시작된 지난 주말의 열병같은 시간

뎅기열에 대해 검색해보는 순간 지난 날 아들과 연락이 안되던

한두시간 사이에 느꼈던 그 공포감에 휩싸이면서

덜덜 떨리고 숨이 안쉬어지고 너무 무서워 무릎이 꺾이는 순간

저절로 `하나님 제 아이를 지켜주세요. 제아이를 살려주세요.`

기도가 절로 나오는 두려움의 순간입니다...연약한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

그저 무릎꿇고 기도만 드립니다.


열이 계속 지속되고 예방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이

그저 앓고 나야 낫는 병....아무것도 못먹고 누워서

잠만 잔다는 아들의 톡에 저 또한 갑자기 입이 써서

아무것도 먹어지지도 않고 잠도 잘 수가 없습니다.

무릇 새끼는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하룻동안 뎅기열 관련 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만큼

자료를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 혹시라도 도움될만한 것이

없을까 또 찾아보고 그러다가 문득

세월호 미수습자였던 조은화양과 허다은양이

다가오는 10월의 생일에도 차가운 곳에 둘 수가 없어서

이별식(아직 못 돌아온 희생자들을 생각하여 장례식을 치룰수가 없다며)

을 치룬다는 소식을 찾아 읽습니다......


너무나 아픈 세월호/ 단원고/ 수학여행/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픔...

10일 정도만 앓으면 회복된다는 뎅기열에도 이렇게 에미는

마음이 찢어지는데 수학여행 보내며 무심히 헤어졌던 아이들과

영영이별을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지 감히 짐작도 안됩니다.

며칠을 잠 못자는 에미도 감기몸살에 걸려서

아들처럼 아무것도 못먹게 될 즈음 큰 아이는 이제 겨우 한고비 넘긴듯

열은 내리고 미세한 발진만 있다는 연락이 오고

그제서야 에미도 뭐라도  먹게 됩니다.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돌아오라고 하고 싶은 열망

내 눈 닿는 곳에 항상 있기를 바라는 마음....


영원히 자식은 부모에게 그런 존재이겠지요.

사랑하는 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합니다.

부모를 잃은 자식을 잃은 이 땅의 수많은 분들께

위로와 평안의 기도를 올려드립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 하늘의 도우심과 위안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