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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내릴수ㅡ없는 배 2

아무 의심없이 떠났던 수학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올 수 없던 아이들은

영원히 고2인 채로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별

아직 규명되지 않은 진실
누구에게는 그저 아쉬운 입결만으로도
다소 우울한 우리아이들의 고등졸업식이

다른 어떤 부모에게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네요.


큰아이 친구들을 캠프사고로 잃고

죽었다고 차마 말할 수 없어

먼저 보냈다/ 먼저 떠났다

라고 표현하게 되었어요.

 

세월호 아이들이 바다에서 한명한명

올라오는 것을 보고 차마

인양되었다/  건져냈다 라고 할 수 없어

아이들이 올라왔다 라고

그렇게나마 표현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또래 아이들만 봐도

여자친구 남자친구 손잡고 가는 것만 봐도

이쁘게 화장하고 짧은 치마 입은 여자애만 봐도

이제 막 술을 배워 기분좋게 취한 남자애만 봐도

아무 그늘없이 웃고 있는 아이들만 봐도

눈물이 나던 그런 증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얼마전 큰아이는 아들을 먼저 보내신 친구 아버님을

만나 재판(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네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용돈을 받아서 너무 슬펐다고

한사코 안 받으려하는 아이에게

그 아버님은 이제 나는 용돈 줄 아들도 없으니

니가 대신 받아다오 하시더랍니다...

먼저 간 아들 친구를 만나 용돈 주시고

한번 안아보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지난번 단원고 생존자 학생들을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아이들이 가지는 죄책감은 우리중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같이 있던 친구를 가라앉는 배에 두고

혼자만 살아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

한동안 세월호 생존자임을 스스로 먼저

얘기할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살아와줘서 고맙다고 살아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냐고 차마 물을 수 없었던 그 아이들이

이제 조금씩 치유되고 세상속으로

걸어 나올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가라앉는 배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던
우리 모두가 느꼈던 무력감. 두려움.죄책감
저는 영원히 그 배에서 내릴수 없을 듯합니다.


비록 성적으로 어쩔수 없이 디바이드 되어
각자 다른 학교로 가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그 기준이 결코 아이들의 노력과 인격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한번 더 공부하려는 아이들이 절대로

패배자가 아닙니다.

그저 다른 상황 다른 선택일 뿐입니다.

이제 다른 더 큰 경기장인 대학으로

아이는 들어갑니다.

간절히 원하던 곳이 아닌곳으로
가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겠지요.
그곳으로 가는 아이들의 무너진 자존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친구나 부모님한테까지
눈물을 보이지 못히는 이 상처투성이의
입시전쟁....



3월까지만이라도

어느곳이건 합격한 부모님들은

기숙사이든 대학생 용돈이든 기숙사관련이든

맘에 안드는 대학합격하고 반수관련문제이든

A대학/B대학 비교이든

조금만 참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년 이맘때 글들을 찾아 보시면

이미 다 언급되어 있을거예요.

부디 아무곳에도 합격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분들을 생각해주시기를요.


우리 부모들도 아무에게도 내어보일 수 없는
내밀한 상처가 생겼으니까요.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지금은 비록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버릴듯한
차가운 겨울 속을 더디게 지나가고 있지만
땅속 어딘가에 생명의 기운이 살아있음을
믿습니다.
곧 봄이  다시 올 것이고
우리는 머지않아 열매 맺을 그 가을을 향해
또 열심히 살아갈것입니다.
이 겨울 한 가운데에서 우리 부모님들 모두의
온전한 회복되어짐과 아이들의 새출발을
간절히 응원 중보기도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내릴 수 없는 배에
같이 타고 있는 우리모두가 서로 보듬고 사는
2017년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