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목요일...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는 글을 남기시고 떠나신 박완서님을 생각하며
그분의 소설 제목으로 글을 시작해봅니다.
우리는 지금 입시 목적의 카페에서 만나서 힘든 길을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힘들때 푸념하면 위로해주시기도 하고...방황하고 있으면 와서 길을 같이 찾아주시기도 하고
좋은 일 생기면 맘껏 축하해주시기도 하고...걱정거리 생기면 어디선가 짠 나타나 도움주시기도 하고요.
이렇듯 좋은 파친님들을 만나서 너무나 힘든 입시를 그래도 다행히 잘 견뎌가고들 계시지요?
전 그동안 나름 위로담당...응원단 이었는데요.
오늘은 마음 아픈 이야기를 해야할 거 같아요.
수시원서를 내야 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그동안이 이론이었다면 이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
저희집 얘기부터 해볼까요?
울집 큰아이는 중학교때 그리 티나게 공부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그러던 아이가 전국구학교.각 학교 1-2등만 온다는 학교로 갔지요.
사실 입학성적이 200명중 70등 정도 였기에
별기대 없이 졸업할때까지만 잘 버티기만 해라..그랬어요.
입학하고 아이는 예상처럼 정말 힘들어했어요.
맨날 자는 거 같은데 시험보면 다 맞는 천재같은 아이
고1인데도 수능시험봐도 될것처럼 선행이 되어있는 아이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하는 아이들
밤에 자고 일어나면 전교생 중에 자기만 공부안하고 잔 걸 알고
마음 아파하고 엄마 곁으로 오고 싶어 매일 울던 아이
저는 주말마다 도시락싸들고 면회다녔지요.
바람이 많이 불면 주중에도 갔구요.
그런 아이가 서서히 열심히 해가더니
고2 때 1학기에 처음으로 전교2등을 찍었어요.
모두가 열심히 하는 학교에서 기적같은 일이었어요.
그러다가 여름 해병대캠프에서 바닷물에 빠졌던 22명중에 한명으로
다시 살아와서는 공부고 뭐고 살아있음으로 감사하다...그렇게 고3이되고
수시를 쓰는 순간이 되었지요.
아이의 오랜 꿈 서울대 경영을 쓰기에는 내신이 4등이라 아슬아슬했어요.
예전 같으면 충분히 가능한 등수였는데 작년에 일반고 우대?하는 총장으로
바뀌고,경영학과 수시모집인원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어서요.
잠깐 사회학과로 바꿀까 고민하다가 자소서도 사회학과에 맞춰 쓰다가
문득 아이가 그러더라구요.그래도 한번 경영학과에 도전해보고 싶다구요.
그 길로 한번 더 가보고 싶다구요...
가보는게 맞지요....혹시 뽑아줄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못가더라도 끝까지 한번 노력은 해봐야하지 않을까했어요.
서울대 경영.연대 사회과학 인재 전형 경영.연대 종합전형 경영.연대 논술 경영
고대 융합인재 경영.고대 논술 경영....멋지죠? 원서는....
그때만 해도 그 중에 한장도 안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ㅎㅎ
우리 애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저는 아니까요.
수능을 앞두고 연대 사회과학인재불합 발표가 있었고..불안의 시작.
어리석게도 우리는 사회과학인재 원서조건이 30단위2등급이상인데
모두 1등급을 맞출 수 있었기에 당연히 1차는 통과할 줄 알았지요.
생각보다 불합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불안감이 커서 아이는 3일정도
공부를 못하고 우울해했어요.수능직전 3일은 평소의 3달같은데 말입니다.
연대 논술보러 서울 왔다갔다할때만 해도 논술보고 내려오면서
여친이랑 대학로서 연극 하나 보고오네 마네 해서 저랑 다투기도 하고
그래도 설마설마하며 수능날이 되었어요.
2학기에 치룬 모의고사가 언수외는 거의 만점이라 삼백이라 부르면서 농담도하고
사탐도 두과목 합쳐서 한두개 틀리는 수준이라 수시안되도 정시로 간다
이런 막연한 희망이 있었거든요.
수능날도 별로 떨리지 않더라구요...오랜 새벽기도의 여파로 심지어 저는 잠도 잤어요.
그런데 수능끝나고 데릴러가보니 아이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수능으로는 대학 못갈 거 같다고....나중에 보니 국어2개 한국사 2개를 틀렸고
뒤늦게 시작한 베트남어는 3등급....서울대가자고 한국사랑 베어를 했는데
둘다에게 발목잡혀서 서울대는 쓸 수도 없고 연고대도 입결 낮은과 외에는 쓸 수가 없었죠.
오직 믿을 건 서울대 면접 잘봐서 가는 것 밖에 없었어요.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가면서 우리는 결사항전...신에게는 아직 서울대면접이 남아있습니다
하는 기분이었지요.
서울 대치동 입성.ㅋ 사교육 싫다고 피해다닌 아이가 드디어 사교육일번지에 갔지요.
아이는 그때 그 학원에서 설대면접과 고대 수리논술 준비를 하면서
전국에서 모인 뛰어난 아이들을 보고 기가 좀 죽었다고 나중에 말하더라구요.
5일 준비하고 설대 면접....
사실은 저도 경영학과 면접 학부모 대기실에서 기가 좀 죽었어요.
부모님들이 걍 무슨 세미나 온듯 학구적이고 품위 있어보이는 분들이셨어요.
면접은 평타였던 듯 했는데 결국 최종불합...고대논술도 평타...불합
연대논술 연대학종 불합..고대 융합인재도 불합.아니 이것이 정녕 꿈이지 싶었어요.
결국 저는 정시공부를 시작했습니다만 정시는 그냥 별 예외없이 점수대로
가군 나군 다군 안정 소신 추합 이런 카드를 만들어 3장 써야했어요.
수시에 소신지원했던 경영은 뜬구름 같은 상황이고
연고대에서 가장 입결 낮은과를 찾아야만 했지요.
적성...취업...이런 건 참 낯설게 느껴지고...이 점수로 어디를 갈 수 있을까만...
연대 실내건축학과.생활디자인 이런 과도 솔깃하고 고대 컴퓨터학과.보건행정학과
철학과.어문으로 갈까...세상에 별 학과가 다 있더라구요..
그러다가 한양대 정책학과.행정학과에 꽂혀서 계속 파보았지요.
뭘 배우고..뭘 할 수 있으며 ..진로는 어떤지..점점 맘에 들었어요.
일단 문과에서는 흔치 않게 전액 장액금에 행정고시대비반이 학내에 있고
기숙사 지원..고시 실적도 잘 나오는 거 같구요.
정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고대 경영 추합을 기다리며 한양대 행정에 등록해서
하루하루 기다리던 중...경찰대 청람교육은 거의 끝나가고 ....피가 다 마를것 같던날
경대에서 추합전화가 왔어요.설날 바로 전날이었어요...드디어 입시 끝
경대를 가게 될 줄은 고3내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아빠가 그렇게 노래를 해도 고시 볼 생각도 없다던 아이구요.
그런 아이가 경대와 고시를 자기 진로로 생각할 만큼 입시는 아이를 애어른으로
만들더라구요.좋은일인지 슬픈 일인지....
오늘 제가 이글을 올리는 이유는 겁을 드리려는게 아니라
문과에서 입시는 너무나 잔인한 싸움이라서 냉정하게 한번쯤 판단하시라는 거예요.
이과는 의치한이 있어서 서울대조차도 조금이라도 추합이 돕니다.
즉 입학정원 + 추합인원 인데 반해서 문과는 입학정원= 실제 정원 입니다.
제 아이는 서울대인재상에 적합해보이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서울대에 가려는 아이들 중 그런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현실이예요.
우리 아이는 공부를 정말 잘하고 열심히 해온 아이였어요.
그러나 우리 아이보다 더 일찍 더 많이.더 치열하게 지독하게 공부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거 같아요.우리 수시 필패 요인이었지요.
마치 문소리에게 어느 감독이 했던 말처럼
문소리는 여배우로서 충분히 예쁘다
그러나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예쁘다..
우리 아이는 머리도 좋고 공부도 열심히 했고 비교과도 아주 좋지만
우리 아이보다 더 머리 좋고 더 공부도 지나치게 열심히 했는데
비교과도 거의 퍼펙트한 아이가 입학정원만큼은 존재하는 것이지요.
제가 다시 수시 원서6장을 쓴다면
1.보험을 하나는 든다.다만 되도록이면 수능후에 면접이든 논술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2.아이 의견을 무시하고 한장쯤은 부모마음대로 쓴다.(수능 후에 선택가능할 전형으로)
3.한 장 정도는 그다지 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학교가 좋으니 붙으면 간다 싶은
과에 쓴다.
4.연대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한장 정도만 쓴다.(연대는 그냥 내신순서로 1차 합격인듯)
5.서강대 일반전형을 한장 쓴다.(심지어 자소서도 수능후에 낼 수 있다)
6.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쓰는게 아니라 나를 뽑아줄 학교에 지원한다.
7.자소서에 시간 많이 쓰지 않는다.
8.경영학과 경제학과....고집하지 않는다.(경영학과만 경영 공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9.모의고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수능점수라고 생각하고 정시플랜을 짜본다.
10.입시에서 우리는 갑이 아니라 을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둘째를 데리고 와서 마저 완성하려 했는데
아이학교 후배맘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너무 늦어서 오늘 이어서...
어제 하나님이 제게 주신 생각은 ....
최선을 다해 충분한 능력을 만들어왔다면 비록 원하는 학교.학과가 아니어도
그길을 또 열심히 간다면...
지금은 이길이 좋은 길.지름길인듯 보여도 그길이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이길은 거친 길.돌아가는 길처럼 보여도 그길 가다가 다른 풍경도 만나고
사실은 더 멋진 길.적합한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억울할 것도 없습니다.
큰아이에게 다시 6장을 쓴다면 어떻게 할래?
서울대 한장 쓰고
나머지는 옷사 입고.ㅎㅎ
저는 여전히 서울대가 좋습니다.
아들은 경찰대가 더 좋답니다.
작년 이맘때 경영학과 졸업하고 의류업계 ceo가 되고 싶다던 아들이
지금은 경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졸업후 검사가 되고 싶다네요.
꿈은 더 변해가리라 생각합니다.
못가본 길은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막다른 길은 없으니 이길이 아니라 하시면
다른 길로 또 가보는 것이지요.
길을 잘 찾으시는 파친님들.아이들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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