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아서 글을 쓰신다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 한기봉님의 에세이집을 읽었습니다.
마침 비오는 날 최백호님의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노래를 들어야 할 것 같은 날에 여러모로 저와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지신 글들을 읽었어요.
왠지 반갑고 언제 만나서 선술집에서 막걸리라도 마실 수 있음 좋겠다 싶었지요, ㅎㅎ
원래 저는 속세의 고달픔을 잘 모르실것만 같은 스님들 이야기 , 특히 결혼이나 자녀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잘 믿지
못하는 편입니다. (직접 경험만큼 좋은 이야기는 없으니까요.)
혜민 스님 좋아하지도 싫어하시도 않지만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남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스님 말씀에는
완전 동의합니다. 작가님의 내가 이 세상 사람을 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
옳지 않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시인의 말씀 또한 명언입니다.
책 중간 중간 작가님이 다른 작가들의 시인의 글, 봄날은 간다 등 영화나 유행가 이야기도 들려주십니다.
완전 제 취향이지요. 저는 장사익 선생님 공연을 너무나 감동적으로 본 1인으로 '봄날은 간다' 너무 좋아해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작가님 언급처럼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 를 더 좋아합니다만.
봄은 어쨌든 가니까요. ㅎㅎ
가장 공감했던 구절은 사전 장례식을 다룬 부분입니다.
기대 수명이 얼마 안 남았을때, 지인들을 불러서 자발적인 이별을 고하는 나의 장례식
얼굴 보고, 사랑했다 말하고, 이제 안녕이라고 말하는 시간의 소중함
언젠가 그런 나의 판타스틱 장례식을 꿈꾸어봅니다.
얼마나 늙어야 진짜로 늙은 걸까.
내 나이는 나의 진정한 내면과 외면
그 모두를 반영하는 것일까
내 내면의 나이는 내 외면의 나이보다 더 많은가 적은가
그러면 내 영혼의 나이는 과연 몇 살인가
몇 살로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가 가고 나면
당연히 가을입니다. 곧 겨울이 오는 11월
젊은 날 읽었던 이외수님의 글이 생각나면서
그의 삶도 생각나고, 마음 고생 많으셨을 작가님의 부인도 생각납니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꽃이 지기로서니 어찌 바람을 탓하겠어요.
우리의 인생은 대체로 정말 쓸쓸하지만, 쓸쓸한 것이 정상이니
외롭지 않으려고 억지로 누군가와 만나는 것은 더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진짜 반짝반짝 거리는 순간들이 인생에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서 인생은 더 자주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글을 술술 읽히는데 순간순간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람이 내 등을 떠미는 순간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그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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