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심야형인간인 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새벽기도였습니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아이가 그 힘겨운 전국구 학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그것도 대한민국 모든 문과의 절대고수 청정지역 서울대 경영학과에 지원해 놓고 나니 그 어렵던 새벽기도도 하게 되더이다. 기도는 기도 그 자체로 치유가 됩니다. 저는 막무가내 원하는 것을 그냥 앞뒤 안따지고 떼 쓰듯이 들어주세요. 도와주세요 이렇게 해주세요. 들이대는 막가파 기도쟁이라 하나님 보시기에는 믿음도 별로 강하지 않고 그분을 위해 뭐 그닥 노력하지도 않고 지맘대로 교회도 아이들 핑계로 종종 빠지면서도 믿을 데라고는 오로지 그분. 그것도 힘 엄청 세신 그분 한분이라 기도하고 다시 기도하면서 불안한 고3맘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나님 우리아들 서울대 경영 꼭 붙게 해주세요, ㅎㅎ 지금 생각해보니 하나님 보시기에 참 황당하다 그러셨을 거 같아요, 제 아이기도만 달랑 하고 오기가 염치없어서 제 주위 온동네 사람들 각자 형편과 상황에 맞게 기도하다가 또 저를 불쌍히 여겨 힘을 주세요..그러다가 하나님이 기도중에 앞날을 예언해주시지 않으실까 귀기울이며 들어보기도 하고...ㅋㅋㅋ 나중에는 결국 울며불며 당신이 계획하고 예비하신 길로 인도해달라고 기도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 길을 저와 아이가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십사하고, 드뎌 모든 걸 내려놓아지는 절대절명의 시간이 마침내 옵니다. 기도하면 들어주신다고, 한번 올려진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내가 이 새벽에 이렇게 간절히 기도드렸으니 꼭 응답하시리라고 교만하게 생각하던 날들 끝에 결국 수시 최종 불합 한동안 물도 안넘어가고 숨도 안쉬어지고 잠도 못자고 남편에게 위로를 기대했으나 남편이 먼저 앓아누워 울면서 죽도 끓여야 하는 참 기가막힌 순간들이 지나가고 혼자 터널에 갇힌 듯 터널 저 너머 빛이 안보이는 시절을 지나고 정시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확 오더이다, 생전 본적도 없던 긴 장판같은 배치표를 여러장 펼쳐놓고 참 기막힌 심정으로 우리아이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골라봅니다. 그때쯤이면 전공적합성. 소신지원. 그래도 어떻게 여기를 지원하지 이런건 고려할 여력도 없고 그동안의 아이의 노력, 나의 노고.주위의 기대 이런 것도 살필 힘도 없고 그저 그냥 숫자. 최종 점수가 소고기 등급처럼 내 아이의 이마에 어쩌면 엄마의 심장에도 콱 찍히고 나면 그걸로 끝 다른 점수로 수정하려면 꼬박 1년을 오롯이 다시 이짓을 반복해야 하기에 처음에는 모르고 왔던 이 길을 다시 알면서도 가야 하는 고통. 그리고 그 점수 또한 확정적이지 않다는 두려움의 극한 하여튼 원서는 써야 합니다. 가군 나군 다군 소신 적정 배짱 지원 점쟁이에게 달려가고 싶은 순간입니다..ㅎㅎㅎ 이때 가장 확고한 잣대는 재수여부입니다. 재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어도 다시 수시때처럼 가고 싶은 곳 하나 그래도 여기 정도는 괜찮지 싶은 곳 하나 다군은 붙어도 가기는 싫지만 그래도 치킨 사먹을 수는 없으니 ㅋㅋ 그래도 한장 더 쓰고... 여러 형편으로 재수불가하다면 좀 더 신중하게 마지노선 학교를 정해놓고 꼭 붙을 학교 하나는 미리 써놓고 그래도 세 학교를 모두 가는 건 아니니 한장 정도는 꼭 가고 싶은 그래도 붙을 가망성이 50%는 되는 곳 한장 다시 다군은 추합으로 붙을 곳 하나. 3장의 윤곽이 잡히면 이때는 담임쌤께 미리 엄마가 원하는 원서 3장을 알려드리고 아이에게 상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시6개를 불합격한 아이와 엄마가 정시를 논할 때 안싸우고 안울고 안상처 받는 집은 없을 것이니 제3자인 선생님을 엄마편으로 미리 협조를 부탁드리세요. 결국 최종 결정은 아이 본인이 하도록 하고 조언만 해주세요..그래야 원망 안듣습니다. 원서내는 날까지 연구 또 연구 한참 들여다보다면 결국 엄마가 점쟁이가 됩니다. 저는 이때쯤에는 기도할 기운도 없어서 그리고 살짝 그분께 삐지는 맘도 생겨서 ㅋㅋ 주위에 미리 합격된 아이 부모님들 기도가 잘 응답받으시는 분들..그리고 내가 기도해드리던 분들께 품앗이 기도를 부탁드렸어요. 가장 우울한 순간에는 내가 울어도 그다지 창피하지 않을 한분을 정해 위로받고 다시 힘을 받으시기를 권면해드립니다. 어차피 입시의 결과는 아이와 부모님에게 최종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봐야 덜 후회스럽습니다. 엄마가 약해지면 안되니까 맛있는 거 많이 아이 영양제 안먹는거 엄마가 슬쩍 드시고, 친구들도 가끔은 만나세요. 정시 원서 쓰고 저희 아이는 과외 스케쥴 만들어줬어요. 자기 학교 후배들 연결해서 수학과 언어 수업하게 했어요. 그 돈으로 자기 멋부리는 용품 해결하고 여행도 가고 무엇보다 돈버는 사람의 비애...도 미리 맛보게 되고 정말 하기 싫다던 재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고 가르치려면 자기가 공부를 어쩔 수 없이 더 하게되니 다른 각도에서 공부해보는 경험이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내나 봅니다. 추합 기다리는 시간도 그나마 잘 가구요. 저는 겸손해지고 주위의 어려운 심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아이도 실패가 아닌 다른 길 하나를 찾아가는 어찌보면 고마운 시간 이었습니다. 성숙해지지 않아도 좋으니... 교만하고 까칠해도좋으니, 잘난척 대마왕이어도 좋으니 상처없이 아이가 자라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모든 시련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함께 치뤄낸 아이와 엄마는 분명 남들이 모를 둘만의 스토리가 생깁니다. 동지의식 같은 거. 순간순간 확 아이가 밉고 막 원망스러운 순간도 분명 있지요. 옆집 엄마 골프여행 다니고, 설명회 같은거 안다니고, 사교육도 안하던 거 같은데, 일반고에서 그다지 잘한다는 소문도 없었는데 명문대 가는 아이는 우리 아이가 아닙니다. 뭐라 조언만 할라치면 지가 다 알아서 한다고 엄마가 뭐 아냐고 설명회 같은거 안다녀도 자기가 알아서 좋은 대학 간다고 하던, 성질 더러운 아이가 우리 아이입니다.결국 피같은 내돈 다 축내가면서도 미안할 줄 모르고, 자기가 열심히 공부하다가 운 안좋아서 대학 떨어졌는데,왜엄마가 열내고 우냐고 따지는 적반하장 아이가 우리아이입니다. 어쩌겄어요. 우리가 낳은 우리아이 우리가 끝까지 책임져야지요. 힘냅시다..본의 아니게 넋두리 그래도 이심전심이라 이해해 주실 줄 믿고 문과 입시 공부 팍 끝냈더니 아이는 재수 안하고 경찰대로 가서 내추럴본 경찰처럼 확 적응하고 있고 참 3년 내내 창업한다고 경영만 고집하던 그 아이 맞나싶어요. 둘째 자유로운 영혼2는 이과 라네요. ㅎㅎ 다시 이과 공부해야 할듯이요. 오전에 올린 글에 쏟아질 듯 올라오는 답글에 감동하여 이렇게 길게 답글 올립니다. 주책을 너그럽게 봐주시고 특별히 아이 없을 때 엉엉 울던 혹은 울지도 못하고 가슴만 태우며 재수비용을 걱정하던, 그래도 어려운 가운데 아이를 위해 미생의 직장인들처럼 견뎌주시고,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는 이땅의 모든 재수생 아빠들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위로가 더해져 올해는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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