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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눈물

어제밤 남편이  김제동의 걱정말아요...그대 를 보다가

제가 얼핏 보니 살짝 울고 있더라구요..

충청도 남자지만 경상도남자 부럽지 않은 성품인데...

그를 울게 한 친구는 올해 수능 본 아이...얼마나 못봤는지 수능본날 재수를 결정한 친구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고 얘기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남편은 작년 아들생각이 났을까요?

다른 시간 다른 공간...다른 아이...다른 부모이지만

대한민국 입시 안에서 모두다 느끼는 동병상련...같은 고통..같은 상처

드디어 그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모든 수시의 시작과 끝인 날...


6번의 불합격을 경험했던 작년 저희 큰아이...

재수는 절대 안한다 하며 수시때는 쳐다도 안봤던 대학에 정시 원서내면서

떨어야하는 거 정말 어이없다 하면서도 신중하게 원서 라인 잡을때

대학 한 등급 업그레이드 하는 시간 대신에

대학안에서 미래 준비하면서 살겠다고..말할때도

아무말 안하고 지켜보던 아빠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밖에서 보는 것 말고 안에 들어가보아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학생활도 그런듯 싶습니다.


저희 아이는 경찰대발표일에 참담한 대기번호를 받고...절대로 차례가 올 것 같지 않은..번호..

경찰대 입학전에 받는 청람교육도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겨우 추합이 되어서...

2014년에서 어떻게 2015년이 되었는지도 모르게 하루하루 겨우겨우 살았지요.

입학하고 나서도 적응못하고 나올까봐 하루하루 염려하면서 살던 어느날...아들이

자다가도 엄마말을 들으면 떡이 생긴다더니 그말 맞나봐요..하더라구요.

2차 면접 안간다 하던 자기를 억지로라도 설득해서 보내줘서 고맙다구요...

생각보다 장점이 정말 많고 동료들 선배들 교수님들 참 배울점이 많아서 좋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달리기 1초만 늦었어도/ 악력 조금만 낮게 나왔어도

윗몸일으키기 한번만 덜했어도/ 수능 한개만 더 틀렸어도/내신 0.1점만 더깎였어도

자기가 이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구요..

이제 앞으로 어떤 상황.어떤 기회가 왔을때도 정말 최선을 다해보고나서

그때 결정해야겠다고...

얼마나 듣고 싶던 말이었는지요...


수시에서 안뽑힌 것이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되어서 억울한 적이 있었어요.

서울대 발표이후에는 어쩌다 잠이 들면 꿈속에서도

설대 면접관들에게 제가 막 따지는 꿈을 꿨어요..

우리 아들이라고/ 한번 더 질문하고 잘 살펴봐달라고

뽑아만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는 아이라고/우리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제발 좀 알아봐달라고 꿈에서도 울면서 막 읍소했었지요....

한해가 지나 지금쯤 생각해보니...제가 얼마나 교만했었나 반성합니다.

우리아이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죽기살기로 한 건 아니었어요.

다시 고2로 돌아가고 싶다 할 정도로 그 시기를 즐기면서 공부했지만

전국에서 35명안에 들 정도로 저러다 죽는거 아닐까 할만큼 공부한 건 아니겠지요.

공부하다가 죽을 정도...죽을것만 같은 정도는 되어야..서연고에 가는건 아닐까요..


아이는 지금 1년전에는  생각도 못해본 곳에서 전혀 다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공부의 의미를 찾아서

성실하고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오히려 제가 인생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라고...살짝 말리는 시늉을 합니다.

1년전 설대 발표일이 하필 제 생일 이어서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축하인사는 쏟아지는데

저는 제 아이와 딱 그냥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싶은 하루하루였어요.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아이는 새로운 길을 찾아냈고

그 길을 지혜롭게 걸어가는 방법까지도 배우게 되었으니

인생..참...알 수 없지요.


수시발표가 나고 새로운 천국이나 지옥을 느끼실 파친님들...

아이가 합격했을때는 소우 쿨하게 그냥 축하만 해줘도 됩니다.

불합격했을때는 일단 팩트만 심플하게 알려주고 아이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같이 울면서 안아줘야 할 아이도 있을것이고/ 모른 척 내버려둬야할 아이도

친구들에게 가서 위안을 받고 올 아이도 있을 것이고/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곪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며칠씩 두문불출 잠만 자고 싶은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학교에 안 갈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미 한번 받은 상처가 두번 세번 헤집어지지 않도록/ 우선은 내 새끼 살리는 일에만

다른 사람의 이목 따위는 아무 상관 없어요..무슨 상관이에요.

전쟁에서 우리 아이가 총을 맞고 피흘리고 있는데 다른 건 다 어떻든 신경 쓸 필요없어요.

지금 제대로 살려 놓아야만 앞으로 인생을 잘 살아갈 방법을 터득할 수 있어요.

괜찮다고 말하지 마세요...어떻게 괜찮아요..살집이 찢어지고 계속 피가 나고 있는데...

이렇게 하늘 무너지는 일이 생겨도 아이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셔야만 해요.

신뢰할 만한 어른이 감정적으로 지지해주고/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고/보호해주면서

내가 살 수 있도록 상처도 치유해주고/먹이도 먹여주어서/나를 구해준다는 것을

알게 해주여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약간의 하루 일정을 만들어주면 좋을 듯합니다..형편 되는대로...

영화나 뮤지컬 연극 같은것을 통해 딴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좋아요.

제일 좋은 건 여행이지요..평소에 제대로 한번 같이 놀지도 못했던 아이친구들과

부산이나 제주도 전주..강원도...서울 대학로...명동...군산...대천...어디라도

좀 걸을 수 있고 맑은 바람 시원한 바다...살짝 어려운 산행...다 좋습니다.

좀 여유를 주세요...생각해볼 수 있도록이요.

운전학원에 등록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게 하는 것도 좋고

수영이든 킥복싱이든 배드민턴이든 몸쓰는 일을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른 각도로 다른 방향으로 다른 생각으로 전환해보고 다음 스텝으로 가게 하면 좋아요.


엄마가 불합격을 너무 큰 일처럼 대응하면 아이도 더 크게 반응합니다.

우리의 위로는 다른 곳에서 얻고 우선은 우리보다 더 약자인 아이를 살려내고

나중에 아파하고 우리가 울 시간은 앞으로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그나마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아이 평생에 가장 힘든 시간을 잘 지나갈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중요한 건 엄마가 더 큰 부상을 당한 것 처럼 아이를 몰아세워서는 안되요..

내 아이를 거절하고 문을 닫아버린 것은 대학 하나로 충분해요.

언젠가 입시는 끝날 것이고 가족관계는 영원하니까요.




굳이 이 시점에서 글을 올려드리는 이유는...

19년 산 아이가 결정하기에는 입시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부모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되어서입니다.

정시로 넘어가는 친구들....한번쯤은 전혀 새로운 전공을 생각해보기를요.

입학하고 몇달만 지나면 아이들도 취업걱정하게 되나봅니다.

어른들처럼 먹고사는 걱정..결혼..취업...군대....안정된 직장...

그동안은 비밀이었지만 대학가면 고3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살아남는거 같아요.

그렇다면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정시에 임해야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제가 스무살이었을때 엄마는 교대나 사대에 가라고 하셨지만

멋부리느라고 영어영문학과에 갔어요...

그때 교대에 갔었으면 어떤 인생을 살게 되었을까요?
대한민국에서 고3을 보낸 사람은 그 어떤 생활에도 적응할수가 있습니다.

원망 좀 듣는거 어때요? 시간가면 이해받을 수 있어요...

대학1학년은 전공이 아니라 교양과목을 배우는 시기라...과가 다 비슷해보입니다.

굳이 그 학과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바야흐로 융합과 이중전공 복수전공 시대가 아닌가요.

다만 너무 세게는 말고 조금씩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최종선택은 아이가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아빠의 눈물..아빠의 좌절...아빠의 고민...들이

엄마의 그것보다 더 가슴아픈 이유는

그들이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엄마들처럼 드러내놓고 슬픔과 아픔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해서

아빠들의 피눈물은 더 간절하고 더 깊은 곳에서 흐르는 거 같습니다.

오직 한가지의 꿈 님을 비롯하여

이번 입시에서 눈물 흘리신 아빠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 하셨으니....

기쁨으로 단을 거두는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을 믿습니다...

아빠의 눈물을 먹고 자란 아이는 언젠가는 꼭 아빠의 자랑이 되어줄 것을 기대합니다.

아빠의 심장을 부서뜨린 아이는 그 심장에 다시 가장 큰 꽃을 달아줄 것을 기도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님을 믿으며 ....우리를 도우실 그분이 살아움직이심을 또한 믿으며

오늘을 잘 보낼 수 있기를 /잘 지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대한민국 이 전쟁같은 입시판에서

눈물 흘리신 모든 아빠들을 위로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