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이 표준점수와 백분위.등급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는 또한번 말할 수 없는 배신감과 상처를 동시에 받았지요.
6월 9월 모의고사를 통해 수능난이도와 등급컷을 이렇게 한다 하더니
실제수능은 모의는 모의일뿐 이것이 수능이다 라고 보여주듯이
급이 다른 문제들로 아이들을 당황시켰습니다.
게다가 사회탐구는 한국사와 경제/ 그리고 아랍어와 베트남어
과학탐구는 생물1 화학1 물리2 과목의 황당한 백분위를 남기고
아무런 설명도 변명도 대책도 없이 허무하게 수능이 끝났습니다.
작년과 달리 한국사 선택하지 않은 문과생들
2과목 선택하지 않은 이과생들 중에는 만점자가 없고
깊고 넓게 공부한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경우가 많은 걸로 보아
가슴 아프지만 수능은 우리가 원하던 최상위권을 변별할 만한 수준으로
어찌보면 잘 낸 시험수준인듯도 싶습니다.
6월이나 9월 중 한번이라도 한과목만이라도 이런 수준일 것이다 라고
예고나 경고만 해주었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우리는 오히려 평가원에게 고마워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만점자가 많을까 걱정했던 영어를 이렇게 내리라고는 아무도
예견하고 대처하지 못해서 한밤중에 날벼락을 맞은듯 허탈합니다.
한국사와 경제를 선택하는 대한민국 문과 수험생들과
물리2를 선택하는 이과수험생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는
대충 다 알고 있는데 어쩌자고 이런 수준의 문제로 만점자를 그토록 많이
나오게 한 것일까요? 만점자도 마음놓고 원서를 쓸 수 없는 시험
한개만 틀려도 2-4등급이 되어야 하는 이상한 시험...
이럴바에야 이렇게 난이도를 마음대로 할 바에야
차라리 6월 9월 11월 이렇게 세번 정도 수능 시험을 봐서
아이들에게 그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시로 붙은 아이들도 수능을 잘보면 왠지 억울하고
정시로 승부보려고 수시 상향지원했던 아이들이 정시원서 제대로 못쓰게
되어서 후회하고 그것도 모자라서...이제 백분위 때문에도 울어야하는 상황....
평가원이나 수능 출제진들의 자녀들은 어떤 방법으로 대학에 가는지 궁급해집니다...
그러나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12월입니다.
온 희망을 걸고 있는 남은 수시발표와 도미노처럼 일어날 추합기간이
후루룩 지나가면 우리 수험생들은 정시원서를 내야 하니까요.
각 입시업체에서 여기저기 설명회를 합니다.
작년에 저는 설명회 한번 가봤어요.더는 가고 싶지 않더라구요.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했던 대@학원 설명회는 이것이 난리 구나 를 경험했지요.
줄을 서고 간신히 앉은 3층자리는 가파라서 살짝 졸기라도 하면 굴러 떨어질것같은
급경사를 가진 좌석이었어요..마치 우리의 물리학적 위치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정시 원서를 쓰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그러나....
그래도 정시원서를 쓰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우선 아이가 받아온 점수를 외울정도로 계속 들여다보세요.
그러다보면 마치 그 점수들이 제3자 옆집아이의 그것처럼 무감각해지면서
다만 내가 들고 있는 카드게임의 숫자들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감정없이 숫자로만 하는 냉정한 승부....드디어 시작입니다.
우선 이제 대략적으로 보낼 수 있는(보내고 싶은 이 아님에 유의) 대학이
대충 5개정도로 추려져 있을 것입니다.
문과 기준으로만 쓰여짐을 양해 바라면서 이과는 응용 부탁드립니다.
제일 먼저 정할 기준은 세장중 반드시 한장은 붙게 해야한다 입니다.
거의 공식처럼 수식에 대입해서 나오는 점수가 있기때문에
그리고 합격예측기관의 데이터들 덕분에 가능해진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곳이 가군이던 나군이던 그것이 있어야 소신 지원이 가능해집니다.
저희 아이 예를 들면 서연고 경영이 불투명한 상황이 되면서
과연 연고대의 컷이 낮은 과로 보낼것인지/ 서성한의 원하는 학과로 보낼것인지가
선택의 첫단계였습니다.
우선 서연고에서 갈 수 있는 학과들을 정리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어문학과들/ 생활디자인학과/실내건축학과/보건정책학과/컴퓨터학과/철학과/신학과
두번째 서성한에서 보내고 싶은 특성화학과들을 연구했지요.
서강대 경제경영/ 성대 글로벌 리더/글로벌 경영/글로벌 경제
한양대 정책학과/행정학과( 두 학과 모두 다이아몬드학과 4년 장학금)
결론은 한양대 행정이나 정책학과를 선택했어요.
그쯤 가서 이를 악물고 행시나 사시를 한번 준비해보자 하구요.
4년동안 장학금으로 다닐 수 있고 행정고시반에 들어가면 기숙사비와 식비
개인 독서실까지 지원해주고 학교내에서 고시 준비가 가능해보여서였어요.
가군에 행정학과 나군에 정책학과가 있어서 선택해야 했지요.
정책학과가 더 맘에 들었으나 최종 행정학과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가군을 안정으로 쓰고 나군에 연고대를 한번 소신지원해봐야했기 때문이지요.
연고대 중 어느곳으로 쓸까? 될만한 학과를 쓸까/ 한번 질러볼까 최후까지 고민했어요.
결국 고대 경영을 지원하기로 결정....
자 마지막 한장 다군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사실 다군은 학생들사이에서 치킨 이라고 불립니다.
저희는 상지대 한의학과와 중앙대 경영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중앙대 경영이 다군중에서는 가장 컷이 높은 학교 학과였구요.
그 정도 점수로 상지대 한의학과가 가능하더라구요.ㅎㅎ
이제 경영 에서 생활디자인학과를 고민하다가 결국 한의학과 까지...
수시를 쓸때는 참 멋있게 서연고 경영을 썼었지요.
설대 안되고 연고 되면 서운하겠지 이러면서요...ㅋㅋ...
정시로 와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과를 지원하게 될 줄은 ....진짜....
그래도 그 와중에 얻게 된 것들도 있었어요.
뭐든지 다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 치던 큰놈이 이제는 지엄마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상의해온다는 것(사실 기고만장하던 아이가 그러니 안쓰럽기도 했지만요)
한 길 밖에 없는 줄 알고 달려왔던 아이가 새로운 진로..새로운 방향에 대해서도
탐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사이 사이 자존심 상하고 아이가 미워보였던 순간들
하나님 마저도 원망스럽던 그 시기에 대해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아이는 틈틈히 여행을 다녔으며 끊임없이 쇼핑을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약간의 가산을 탕진하기도 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너무나 힘들어서 거의 아무도 안만나고 집에서만 칩거..
끈끈한 동지애를 느끼면서 서로 일하는 시간에만 잠깐씩 나갔다가
다시 집에 들어와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고 겨울잠을 잔듯 지나간 시간입니다.
너무나 다행인 것은 우리 셋중 그 누구도 서로를 원망하거나 책임전가하지 않고
선을 넘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었어요.
그때의 의리로/ 지금껏 셋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된 일이지요.
정시원서 실제로 정하기
1.가군 나군 다군 중에 꼭 합격가능한 학교 학과를 우선 정한다.
2.합격가능한 학교가 속한 군 말고 다른 군에서 승부수를 던져본다.
3.다군에도 심사숙고해서 한곳을 정해서 지원한다.
4.너무 낙관적이어서도 너무 쫄아서도 안된다.
5.언제나 그렇듯 아이 한장...부모 한장....그래도 형식은 아이가 선택하는 걸로...
수시는 아이의견이 중요하지만 정시는 마지막 승부처이기에 부모의견이 중요하다.
물론 아이한테 원망 듣는 것 정도는 각오해야한다.
6.정시는 숫자싸움임으로 매일 대학입학처에 들어가서 변동상황이나 업그레이드 정보를 확인한다.
7.작년/재작년 추합인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추합컷을 백방으로 알아본다.
8.아이와 다투지 않도록 담대하고 세련되게 아이와의 감정적 거리를 유지한다.
9.하루에 한번은 완전 리셋된 형태로 다시 생각해본다.
10.정시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반드시 한곳에는 합격하게 한다.(나중에 등록포기할지라도)
설명회 다니시느라 배치표 분석해보시느라 눈이 빠질것 같으시죠?
쿨하게 수시로 들어가 주었으면 정말 좋으련만
시답지 않은 점수로 정시원서 쓰려니 참 어이가 없으실겁니다.
서울대 간다던 아이가 한양대 원서 쓰는 일을 도무지 이해못했던
울집 남편도 이제는 선무당 정도는 될 정도로 대입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와 더불어 우리는 겸손과 인내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마음에 대해서도
본의 아니게 알게 되었지요....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누가 그랬었지요..
입시는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지만 시련을 통해 계속 성장하게 된다고 배웠어요.
그 어느 아이 하나도 실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길 하나를 힘들게 찾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찾게 된 그길이 더 적합한 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 길을 가면서 더욱 잘 성장하게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때 그래서 내게 그리 하신것이구나를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거기에 그물을 던지라 하심에 던졌더니
더 많은 좋은 물고기들을 잡게 하실줄을 믿습니다.
가슴아파서 차마 댓글 달기도 어려운 요즈음....
파파마을 정다운 파친님들...한분한분 이름부르기도 마음아픈 님들...
부디 원서영역에서는 반드시 승리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