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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괜찮니?

아이들 어릴때 왼쪽 오른쪽에 누이고 동화책 읽어주던 시절이야기입니다.

그때는 제가 꼬맹이들 영어가르치는 일 할때라서 하루종일 말하고

목이 아파서 참 한마디도 하기 싫은데도 돈받고 하는 다른 집아이한테는

온갖 여수 떨면서 한자라도 더 알려주려하면서 내새끼들 모른척하기그래서

잠들기까지 책읽어주면서 힐링주고 받고 그랬어요.

두아이가 동시에 울었던 책이 있었어요...엄마의 심장인가 하는...

지극정성으로 키운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고, 그여자가

니엄마의 심장을 가져다줘 그래서 그 아들이 엄마의 심장을 들고

지 여자한테 빨리 가져다주려고 뛰어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니까

그 엄마의 심장이 아들에게 했다는 멘트

`얘야 괜찮니?`....

아들들은 그 대목을 읽어줄때마다 울더라구요...왜 울었을까요?

지들도 지여자를 위해서라면 엄마심장이라도 가져가려고 생각하다가

엄마심장이 말을 걸어주니 미안해서 울컥했던 걸까요? 8살 6살 무렵이예요.


제 남편은 정치하시느라 밖으로 많이 도시던 아버지때문에 늘 힘들어하시던

자기 어머니에게 할 수만 있으면

마누라 간이라도 떼다가 줄 사람인지라..저는 좀 억울하다 싶은 때였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지금의 아들들은 지엄마랑 영화도 같이 봐주고

뮤지컬도 같이 가주고...밥도 같이 먹어주고...가방도 들어주고...

아빠랑 다툴때 엄마 편도 들어주고...대신 잔소리도 해주는..나름

보호자노릇도 가끔 해주는 고마운 남자로 커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지들 여자가 없기 때문이겠지만요..ㅎㅎ


작년 이맘때 정시로는 대학을 못가겠다 싶은 점수를 받고

연고대 이미 1차에서 다 불합하고...설대 면접준비하던 시간...

희망인듯 드려움인듯...감사한듯 억울한듯...세상에 아들과 나

둘뿐인듯한 막막함으로 하나 남은 끈을 잡고 하루하루 보냈던 시간

지나고 보니 좀 여유롭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시간들입니다.

너무나 간절하고 너무나 안쓰러워서 너무 불안하고 아슬아슬해서

변변히 마주 앉아 차한잔 못하고..겨우 겨우 밥만 먹이면서..치뤘던 면접

설마 하나는 붙겠지...그래도 설대는 우리애를 알아봐줄거야

우리 애를 안뽑으면 누굴 뽑겠어....그러면서 버티다가도 문득 한발만 더

내딛으면 낭떠러지일 것만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시간...


서울대 최종발표가 나던 날은 하필 제 생일이었어요.

어릴때부터 꼭 그즈음 영재원이며 고입이며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맘편히 못보냈던 그날...아들은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가던 중

예상보다 일찍 발표가 났어요...불합격...단지 그냥 그 세글자...

아니 잉크도 아낄겸 합격...두 글자면 얼마나 좋아요...

남편은 병이나서 그 와중에 시댁식구들은 남편 약먹이고 링겔맞추고

죽 끓여 먹이라고 계속 연락이 오고...전 그냥 멍하게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살면서 그다지 죄많이 짓지 않고...남에게 나쁜 짓 안하고..손해보면서

다른 욕심없이 그냥 아이들 잘되는 거 하나 그거 하나만 바랬었건만...

너무나 다른 성향의 시댁 식구들..항상 바쁘고 사업에만 정신쏟는 남편도움 없이

나혼자 애들 다 키우면서 견뎌왔던 유일한 그이유 였던 아이가 불합격이라니...

하나님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는 것일까?


날이 그렇게 춥지도 않았는데 저는 너무나 춥고 등도 가슴도 시려워서

제 옷중 가장 두꺼운 옷을 날마다 입고 다녔어요...

밥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잠을 잤는지 안잤는지

오늘이 월요일인지 목요일인지..그냥 붕 떠있는 것처럼...

다행히 아들은 기숙사에서 있었기에 제가 연극을 할 필요는없었다는게

그나마 나은..그런 하루하루가 지나고...

남은 유일한 기회..경찰대..한번도 경찰이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아이는

2차시험 안간다고 집에 왔다가 홀연히 공주로 가버렸다가

그래도 그냥 한번 가볼까 하는 아이를 다시 태우로 공주로 30분만에

다시 학교로 데릴러 가고...참 왕복 3시간거리를 하루에 두번이나...

자식 일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워낙 체력은 약해서 간당간당하게 붙고..

면접도 뭐 그냥 한번 가볼까 했으니 면접관들 눈에 그리 보였겠지요.

나중에 최종 순위 보니 엄청 낮은 면접점수를 받은듯...

추합에 추추추합...전화추합 찬스까지 가셔야 합격을 했어요.

그때가 자그마치 2월 중순입니다....


고등3년 내내 경영 공부만 하겠다고 아무 타협없이 수시 6장 경영으로만 쓴

소신? 있는 아들....경대 추합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고

정시원서를 썼어요..가군 나군 다군..적정/ 소신 /지르기..

전 대한민국 대학에 그렇게 학과가 많은지 처음 알았어요.

정시 원서 썼던 얘기는 전에 한번 했었고..그 시기쯤 다시 올리기로 하고...

말이 3장이지 실제는 단 2장..두번의 기회...점수는 이미 나와있고..

가고 싶은 과는 쓸수가 없는 점수이고...그러면서 전혀 새로운 학과를 골라

썼지요.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면서 아이 미래를 좀 더 밝게 해줄것만 같은..

결국 질러 본 곳은 대기번호만 받고 결국 또 불합격..

새로 찾아낸 새로운 곳만 합격...그곳에 등록을 하고 경대 추합을 기다렸어요.


혹시나 재수 한다 하려나 했더니..아들은 단호하게 말하더라구요.

자기는 충분히 열심히 공부했고...학교 생활도 열심히 했고..

수능을 기대만큼 못봤다고 해서...대학 등급 하나 올려보자고

1년을 더 수능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다고.

차라리 고시공부를 하던지...자격증을 따던지..다른 공부를 하겠다고..

맞는 말이었어요...더 뭘 또 더 열심히 하라 하겠어요...아쉽지만...

그래도 사람일 모르는 것이니 저는 혹시 모를 재수 준비를 위해

아이에게 과외아르바이트를 하게 했어요.

아이 학교 후배들에게 적정금액만 받고...수학 국어를 가르쳤어요.

학원 델다주듯...과외쌤하는 아들을 모셔다 드리고 데려오고...

아이는 수업을 잘하기 위해 다시 수학 국어 공부를 하더라구요.ㅋㅋ

나머지 시간에는 운전면허 따고. 무에타이 배우러 다니고...

아이가 뭔가를 하니까 그걸 보면서 저도 하루하루를 버틸 힘이 되었어요.


아이는 기숙사친구들과 더불어 여행도 참 많이 다녔어요.

스키장...부산...경주...전주...서울...전국구 학교라 친구들이 다행히

웬만한 지역에는 다 있어서 재미나게 다니는 거 같았어요.

과외비는 모두 의복장만...피부관리...저축 이런 곳에만 쓰고

여행경비와 유흥비는 물론 제가 다 줘야했어요...좀 썼어요..ㅠㅠ

남편은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아들이 해도 너무한다 싶은지

한번은 뭐라뭐라 하더라구요...대학도 션찮은데 붙은 놈이 뭘그리

놀러다니기만 하냐고..ㅋㅋ...아빠 자존심에도 스크레치가 생겼겠지요.

전 그냥 아들이 씩씩하게 다녀주는게 좋았어요..어쩌겠어요..여기까지인걸요..

변명할 필요도, 남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제가 수시 정시 특수대학 입시를 치르면서 느낀것은 ...

이 외로운 경기에서 아이편은 오직 부모인 우리 밖에 없다는 것이에요.

물론 쌤들도 많이 신경써주시고..마음아파해주시기도 하셨지만요.


저는 그냥 아이에게 마음 속으로 묻고 있었죠.

얘야, 괜찮니?

네..엄마...엄마는  괜찮으세요? 미안해요..


괜찮을리가 있겠어요...

자존심이 상하고..억울하고...열받고...황당하고...

믿고 싶지 않고...꿈일까 싶기도 하고...

아이는 한번 서럽게 제앞에서 운적 있어요.

학교 기숙사 앞 차안에서...

자기 수시6개 다 안되서 진짜 서럽고..짜증나는데

엄마가 나보다 더 슬퍼하는 거 같아서 화가 난다고...

아이의 눈물이 제가슴을 갈기갈기 찢는거 같았어요...

그러니 더 무슨 욕심을 낼 수 있겠어요...

내 아이가 생애 처음으로 내앞에서 저렇게 우는데...


그 아픈 시간들이 아직 아이와 제안에 어딘가 들어있겠지요.

다행히 아이는 새로 선택한 대학에서의 공부가 재밌다합니다.

여러가지 법 공부도 재밌고...다만 한자가 어려워서 ㅋㅋ

한쪽 길을 막으시면 다른 길을 주신다는 말씀...믿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파파마을 부모님들..수험생들...

상처가 상처로만 끝나지 않기를...

지금의 잠깐의 실패가 실패로만 머물지 않기를...

다른 길을 가게 되어도 지치지 않고 갈 수 있기를...

삶에는 다른 비밀스런 좋은 것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내 삶도 참 안됐다 하신 별엄마님 말씀이 참 아픕니다...

지금은 비록 우리가 여기서 징징거리고 있어도

더 훗날 언젠가는.. 그래...내 삶도 이만하면 참 괜찮았다...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우리들의 신이시여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제발 들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