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파때 잠깐 만난 거 말고는 그저 닉네임만 아는 분들...그분들이 올려주시는 글로
그저 미루어 짐작만 해보는 아이들...실은 이름도 학교도 잘 모르는 아이들
한해 먼저 겪어봤다는 거 말고는 그냥 저랑 비슷하고 때로 먼 친적 같은 분들의
가슴아픈 고백을 하나하나 듣는 것 만으로도 참 애잔한 시간들이 가고 있습니다.
이미 입시를 다 끝내신 선배님들이 카페를 떠나지 않으시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너무나 적절한 조언들과 위로들이
제게도 위안과 평안을 줍니다.
우리의 댓글 활동가이신 검북맘님은 요즘 조용하시지만
때로는 말 없으심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너무나 외로운 싸움이지요..입시는...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고
아무도 대신 아파줄수도 없는 각자각자의 전쟁입니다. 참 아픈...
이번주 주말 일생일대의 한판승이 될 면접과 논술을 끝으로
이제 대부분의 수시일정은 일단 마무리되는 듯 합니다.
12월 9일 정도까지의 기다림...피마르는 시간들...
2배수를 뽑았기에 그중 절반은 행복을,,,그 절반은 절망을 안게될 승부
그래도 희망이 남아있는 지금이 오히려 행복할지도 모르는 ...슬픈 기다림
그 과정들을 모두 거쳤던 작년 이맘때에서 한발자국도 못떠나온 것 같은
그런 마음인지 자꾸 잠을 설치게 됩니다.
작년 서울대 면접장에서 저는 약간의 문화충격을 받았어요.
아이를 들여보내고 혼자 경영학과 학부모대기실에 앉아있었어요.
제가 시골 사람이고. 부자도 아니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아니지만
별로 기죽거나 그런 성격은 아닌데도
그날 그 대기실에서는 주눅이 좀 들더라구요.
대기실 안 엄마 아빠들이 마치 무슨 세미나에 오신 것처럼
품격있고 교양있고 뭔가 아우라가 느껴지는 분들이셨거든요.
이 이런 분들의 아이들이 여기에 오는 거구나 하는 느낌...
3대를 거쳐야 명의가 나온다는 말처럼
교육도 3대는 거쳐야 한 학자가 나오는 거 아닐까...하는
저희처럼 그냥 아이 혼자 열심히 잘해서 오는 학교는 아닌거 같은...
아이가 혼자 떨면서 대기실에서 면접을 준비하던 그 시간
저도 나름 그런 생각들로 무섭고 좀 떨렸던 거 같아요.
뭔가 아이에게 미안한 것 같은 마음이...저절로....
부의 세습이 아니라 문화의 세습으로 우리는 여전히 차별되는건 아닌지...
천안에도 복층아파트가 있고..거기 사는 제친구는
아이들과 집안에서 무전기로 대화를 하더군요.
이 어려운 입시판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하는 그 친구 아이들은
미국 유명 치대를 들어갔어요..다른 아이들은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저랑 같이 사는 남자는 아이들 어릴때 국영수가 아닌
예체능만 배우게 했던 사람이예요.
공부 너무 잘하면 외국으로 가버리면 아이들 실컷 못보고
산다고..자긴 공부 적당히 해서 자주 보고 살고 싶다고...
저도 요즘은 비슷한 생각입니다.
큰놈은 주말마다 집에와서 금토일을 빈둥거리면서
둘째놈한테 공부안한다고 잔소리하면서 지내는데
어쨌거나 얼굴은 실컷 보고 있습니다.
둘째놈은 모의고사 두과목만 1등급 받으면 최신폰 사준다하는데도
그걸 여적 못사고 갤2를 쓰고 살지만
아침마다 제게 애교를 부리며 학교로 갑니다.
그것으로 저는 행복합니다.....
대학보다 더 중요한 것...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존감과 명예감...행복지수...가족간의 사랑
친구들과의 교류...세상을 바라보는 옳은 시선
본인이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런 것들은 수능 딱 한번으로 측정할수 없는 것이지요.
대학을 졸업하면 남은 평생에 그런 것들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힘든 시간이지만...다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할 수도 있지만요.
천하를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내 귀한 아이들...
대학입시 따위로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어려운 시간에도 사랑이 잊혀지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요즘 낙엽에 비까지 날씨도 아주 죽어라 죽어라 하는 셋트로
사람마음을 후벼파는 하루하루지만
이 길을 먼저 가신 선배들도 있고..
지금 같이 서로 연대하여 가는 길동무들도 있고..
또 우리 뒤에도 참 아무것도 모른채 뒤따라 올 후배들도 있고...
혼자가 아닙니다....
따뜻한 차 한잔 보내드리는 마음으로 주절주절하는
저같은 사람도 있고....
잘 지나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잘 손잡고 가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래도 한번은 웃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