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은 달이 되면 몸 여기저기가 아픈 것처럼
수시합격발표일이 되니까 몸과 마음 여기저기가 아프고
마음이 온통 불안하여 뭘 해도 허둥대게 됩니다.
그때는 우리 아이가 불합한거 하나만 계속 반복해서 슬프고
억울하고 분해서 잠도 잘 못자고...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그랬어요
1년이 지난 지금 가만가만 되짚어보니...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이는 충분히 열심히 했다...열심히 안해서 안된게 아니라
전국에는 우리아이보다 더 일찍부터 더 열심히 더 간절하게
공부한 아이가 정말로 너무나 많았던 거였던거구나 하구요.
요즘 파파마을에서 매일 살다시피 하니....(무보수 출근 직원으로 ㅋㅋ)
우리 파파마을 키즈들만 해도 얼마나 뛰어나고 성실한 아이들이 많은지
감탄하고 있어요. 저랑 울 큰아이가 넓게 보지 못한 거지요.
내 아이 자리라고 생각했던 그 대학 그 학과에 합격한 그아이는
과연 어느 아이일까 궁금했어요.
한동안은 작년 설대 경영 수시지원 합격자 35명 한명한명을
만나보고 싶었어요.과연 어떤 면에서 우리 아이 보다 나은건지...
그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면접준비를 했는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파파마을에서 알게 된 다른 멋진 친구들 중 그 누구 하나라면
꼭 우리아이가 아니어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이요.
맹장수술을 하고 입원한 와중에도 내신시험을 보러간 아이라면
매일 8시10분이면 교실에 앉아 선생님도 감동할 만큼 열심히 공부해온 아이라면
그 아이 어머님이 수술도 아이의 입시일정에 맞춰서 하실 만큼 정성을 쏟은 아이라면
아침에 고기를 먹고 떨리지 않는 척 엄마아빠를 안심시키고 시험보러 가주는 아이라면
오랜 의사의 꿈도 있지만 어찌 될 지 모르는 입시이기에 발가락이 아픈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달리기도 하고 새로운 진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아이라면
엄마가 너무나 힘들게 열심히 살고 계시니까 그 힘든 재수 여정에도 투정한번 안부리고
자기 공부를 묵묵히 해낸 그런 아이라면
기숙사에서 아파도 혼자 병원다니고 약먹고 주사맞고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연락도 안드리고 혼자 견디다가 너무 무서워져서 전화해서 털어놓는 그런 아이라면
자기도 속상할텐데도 잘 안나오는 성적때문에 늘 주눅들어 있던 그런 아이라면
특목고의 어마무시한 내신의 불합리함과 자존감이 부서진 그 세월을 견디고 여기까지 잘 와준 아이라면
일반고에서 한치의 실수도 용납 안되는 상황을 잘 이겨내고..혼자서 이렇게 씩씩하게 잘 치뤄준 아이라면
그런 아이들이라면...그런 부모님들의 아이라면 ...어쩌면
그아이가 내아이가 아니더라도...
그 합격생이 내아이가 아니더라도....괜찮은 건 아닌가 하구요.
수많은 수험생..수많은 기도들
하나님은 부처님은 어떤 생각으로 합격자를 정하시는 걸까요?
어쨋든 입시는 합격자와 비합격자로 나눠지는 구조이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냉정한 거절 을 우리아이들이
안겪을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요.
우리의 젊음과 아이들의 성장을 맞바꾼것처럼
아이들의 상처가 상처로만 머물지 않고 더 큰 성숙의 전환점이 되기를
새로운 길로 떠나볼 수 있는 더 멋진 기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오늘 발표나는 대학...제가 미워하는 대학...
합격하는 친구들과 부모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합격하지 않은 친구들과 부모님들
마음을 다해 위로와 애석한 마음을 보냅니다.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의 상처도
다른 기쁜 것들로 덮혀서 치유가 일어나고
더 좋은 곳으로 가는 오히려 반전의 아이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먼저 겪어본 아픔을 가진 사람으로서 겸허하게 기도합니다.
여기가 우리의 끝이 아니예요.
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
길은 다른곳에도 열려있을 것입니다.
하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