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떤 입시 시나리오

중3학부모님들 어느 고등학교로 보내시겠어요?

저희 큰아이가 고입을 치룰때만 해도 특목.자사고 의 인기가 높았어요.

내신 좋으면 수시로 갈 수 있고, 우수한 아이들과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수능 잘 봐서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보여졌으니까요.

그런데 작년에 입시를 치뤄보니  둘 다 아니었어요.

우선 내신이 400명 학교에서 1등급 받는 16명안에 드는 것과

70명 분모의 학교에서 3등안에 드는 1등급을 거의 모든 학교에서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면접장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수시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가기도 했죠

논술은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더라구요.

문과논술은 말할 것도 없고,이과 논술도 연대나 성대처럼 쉽게 나오면

도대체 무슨 변별력으로 고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결국 논술전형은 그저 대학에 소액기부하는 전형아닌가 싶구요.

논술 기가 막히게 잘 썼다 싶었는데

수학 한문제 틀려서 최저 못맞추고 불합되기도 하구요.

이과 논술에서 정답에 가까운 답을 써내려면 얼마나 실력이 뛰어나야 하는지

공부해본 사람들은 다 알거예요.

그런데 너무나 쉬운 수능 수학 한문제 실수로 틀리면

원하는 대학 못가고 재수를 해야한다면..이것이 옳은 입시일까요?


물론 쉬운수능 전과목 퍼펙트하게 100점 맞으면 되지요.

그걸 누가 모르나요?

올백이 나오는 수학능력시험이 과연 최선일까요?

어떤 난이도로 나오든지 과목당 1-2 문제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만 풀 수 있도록 한다면 그 누구도

억울해하지 않는 시험이 될 겁니다.

수능에서 우연히  다 맞아서는 안되는 거 아닐까요

저희 둘째는 다 맞기는 커녕

큰 아이가 3년내내 전국모의고사에서 틀린 전과목 갯수를

단 한번의 모의고사에서 단 한과목에서도 틀릴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가진 아이입니다.ㅎㅎ

오답노트 만드려면 몇시간이나 걸리지만

언젠가는 한두과목이라도 만점 받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시험은 어딘가 이상한게 아닐까요?


제가 꿈꾸는 입시 시나리오는 정시와 수시 접수기간을 수능이후로 하는 것입니다.

수능을 잘보면 쿨하게 정시로 지원하고(수시로 납치되지 않게)

수능점수보다 수시전형이 유리할듯하면 수시로 지원해서 가는 것이지요.

그러면 정시로 갈 친구들 무리하게 수시 지원 안하니

수시지원자도 당연히 줄 것이고,서류를 볼 시간도 늘어나니 아이들 자소서 좀

꼼꼼히 봐주지 않을까요? 부족한 내신을 커버할 만한 성장가능성 좀

제대로 봐주면 안될까요?


정시 발표좀 빨리 해주었으면합니다.

아니 정시 발표후에 등록마감일 좀 당겨주었으면 해요.

작년에 한양대는 불과 며칠만에 정시 합격자와 예비번호를 나눠줬지만

합격등록일이 해를 넘겨서 하라고 정부가 정해 놓았기에

예비후보들은 가슴 졸이면서 정말 기나긴 날을 기다려야 했어요.

수시도 아닌 정시 발표와 등록일이 그렇게 오래 걸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러면서 추합 일정은 엄청 빨리 진행됩니다.

불과 2-3일만에 재빨리 등록여부를 결정해야해요.

만약 먼저 다른 학교에 합격한 경우라면 추합된 학교에 또다시

등록금을 입금해야 하니 첫합격 학교가 빨리 등록금반환을 처리해줘야하고

이런 도미노가 쭉 이어져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단 며칠만에요.

막판에 전화추합을 받는 쪽에서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하면서

전화기만 째려보고 있어야합니다.

만약 전화추합결정이 늦어지면 어떤 한 학생은 등록할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오늘 발표하고 내일까지 등록해야하니까요.


발표는 속터지게 느리게 하면서

등록은 어마무시 빨리 하라 하고

추합날짜는 그토록 바투게 잡은 이유는 뭘까요?

강남대성과 청솔 이투스는 날이 갈 수록 승승장구합니다.

공부 진짜 할 만큼 했다 싶은 학생들이 그동안의 피말리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일은 너무 어이없는 일이지요.

저희 큰아이는 모든 모의고사보다 수능을 못봤지만 재수는 절대 안한다했어요.

자긴 진짜 열심히 했기때문에 조금 더 좋은 대학가고자 1년을 더 쓸수는 없다 했어요.

저는 아쉬웠지만 동의했어요. 더 어떻게 열심히 해요....공부의 끝 까지 했는데요.

두문제 더 맞자고(그럴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1년을 죄수처럼 보내게 하는

어른들의 입시 풍토...합당한 일일까요?


요즘 저는 아이가  의지만 강하다면 일반고 보내라고 권합니다.

어디든 내신경쟁은 치열한 것이지만

특목자사고 에서 자존감이 상하면서까지 공부하고 노력해온 시간들이

보상받지 못하는 입시라면 일반고에서 노력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특목자사고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 치르고 아이들이 대성통곡하면서

한동안 우울감이 빠지는 그 어려움....보잘 것 없는 사람이 된 거 같은 좌절감

안겪어본 사람들은 감히 상상 할 수도 없는 무게입니다.

3년을 전학갈까 말까 고민하면서 수능까지 버텨왔는데....

지금의 난이도라면 수능은 희망이 없습니다.

물론 최고수준의 아이들과 3년동안 같이 지낸다는 것은

대입 수준을 상쇄할만 한 가치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실패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부당한 ..분명한 가치가 있는 배움이고

값진 시간입니다.작은 사회를 경험해보는 일이니까요.

평생의 자산이 될만한 귀한 경험입니다만..

그것으로만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는것이지요.


전국구 학교에서 온통 좌절감을 맛보고 일반고로 전학온 둘째

여전히 내신 좋지 않습니다.ㅎㅎ

일반고도 만만하지 않습니다.절대로...

하지만 상관없습니다.지금 자기 학교에 만족하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요.희한하죠.

대한민국 고2 이과학생이 행복하려면

그 엄마아빠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간절히 필요합니다만...

또 글이 길어졌네요.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입시안은 허구이지만.

제 마음속 이상형인 둘찌는 비록 대학은 잘 못가도

어디든 가기는 가겠지요.대학은 아주 많으니까요.

행복하게 인생을 살 거 같아서 걱정안하기로 했어요.

요즘 저희 아침에  학교가면서 외치는 구호가

내년에 대학가자!!! 입니다.


하루에도 여러번 한숨이 베어나옵니다.

우리가 한때 엄마라고만 불러줘도 너무나 행복하게 해줬던

그 아이...오줌만 잘 가려줘도 정말 감사했던 그 아이

유치원 학예회때 엉덩이만 잘 실룩거려줘도 고마웠던 그 아이

평생원수인 남편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그 이쁜 아이가

어느새 고3이되고 혹은 고4가 되어 우리를 울게도 웃게도 만드는 그아이가

이제 대입이라는 큰 관문 하나만 지나고 나면 그 아이는

우리를 영원히 올백으로 올 1등급으로 사랑해줄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은 분명히

우리가 쏟아부운 사랑과 정성과 희생과 헌신과 기다림때문에라도

꼭 자기들만의 길을 꼭 찾아낼 것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우리가 입시로부터 해방될 날이요.

비록 공정하지 않은 듯 하지만

비록 기대했던 바로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우리 아이들은 그들만의 가장 빛나는 적합한 길을 찾아서

우리들보다는 훨씬 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갈것입니다.


이제 주사위는 하늘 높이 던져졌고

어느 숫자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하고 평안하게 이번 해를 넘길 수 있기를요.

수험생 가정가정마다 풀문처럼 가득한 행운을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의 행운을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