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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공간들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 대한 단상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이 책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란하고 따뜻했던 공간에서 느낀 인생의 기쁨과 슬픔”

_ 추억이 깃든 일상과 시간의 재발견

 

추억이 깃든 테마별로 24개의 장소들을 직접 찾은 저자는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과거의 잊힌 기억을 되살려줍니다. 

어른의 마음으로 어릴 때의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나이 듦에 따른 내면적인 성숙과 변화하는 가치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어렸을 적에는 ‘목욕탕’의 세신이 한 사람은 때리고 한 사람은 맞는 듯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으로 보였다면, 지금은 내 몸을 구석구석 살펴주는 세신사의 모습에

엄마의 얼굴이 겹쳐 울컥한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목욕탕을 아주 좋아하는 저는 세신사에게 단 한번도 때를 밀어본 적이 없습니다.

낯선 이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내 몸의 치부를 보이고, 노동으로 변화되는 그 과정을 저는 아직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노동의 가치는 여전히 높게 생각합니다.

20대 청춘들의 놀이터였던 ‘영화관’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OTT’ 서비스를 통해

각자의 방에서 혼자 영화를 보게 되자 비로소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감동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도

요즘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영화관이 단순히 넓은 스크린, 압도적인 음량,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중요함 뿐만 아니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보게 되는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이처럼 특정한 공간에서 있었던 특별한 경험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그 장소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미술관, 장례식장, 병원, 학교, 공항, 산과 바다 챕터가 특히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