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풍화를 바라보며 건져낸 아름다움.
그렇게 완성한 61편의 사랑의 편지인 이 책은
아주 옛날 저의 학창 시절에 몰래 주고 받던 손편지에 쓰여졌으면 좋을만한
순수 사랑시로 가득차 있습니다. 몹시 추억을 소환하는 시들입니다.
1988년 김해윤이라는 필명으로 펴낸 '따라오라 시여'를 시작으로
40여 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영환님이 새로운 시집 '내가 꽃인 줄도 모르고'을 출간했습니다.
학생운동에 투신한 청년기, 사람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중년기를 거치면서
시인의 시는 단단하면서도 모난 데 없이 따스한 온기를 머금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저에게도 비슷한 시기의 비슷한 경험들이 있어서인지 더 와닿는 시들이었습니다.
자연에 대한 찬미, 어머니와 가족을 향한 애틋한 사랑
그리고, 부조리한 현실과 세태에의 비탄을 노래한 61편의 시들은
아주 옛날식으로 좀 더 트렌디한 요즘의 시들과는 질감이 다른
시 그 자체의 감성으로 읽혀지는 맛이 있습니다.
내 옆에는 아직도 '가난과 고난의 축복'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서 있다.
그것이 내 시의 샘이다 라고 말하는 시인은
흐르는 강물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라고 속삭이면
'네가 꽃인 줄도 모르고'라는 메아리가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이런 류의 시집은 아주 오랜만이라 저는 좋았습니다.
주요 시에는 QR코드를 달아 저자 또는 지인이 낭송한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은 장치라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