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원서 쓰고는
합격자 발표일까지
후회와 책망과 안타까움과
걱정과 가끔씩 희망과 낙관적인 기대와
다시 불안함으로
잠을 설치던 시간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번 낸 원서는 물릴 수 없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
나머지는 신의 영역이겠지요.
수시와 달리 정시는 물러 설 땅이 없어서
더욱 간절하고 안타까와서 지켜보는 사람도
실제 원서라인을 정하는 수험생도
부모님들도 그 누구도
모두 말 한마디 서로 건네기조차 조심스러운
그런 아슬아슬한 시간들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신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시간만 남았습니다.
인간인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으니
우리의 신이신 그분의 뜻이
미리 알고 정하신 그분의 계획이
부디 우리의 그것과 일치하게 되기만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은 지금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거예요.
정말 무슨 소고기도 아닌데 아이들의 열정과
노력 같은 것에는 아랑곳 없이
과목별로 다만 몇 등급이라는 숫자로
전국 수험생들 중에 몇등인지 줄을 세워서
앞에 서 있는 친구부터 차례로 먼저 떠나는 기차에
태우고는 문을 닫고 가버렸으니까요.
당연히 입시보다
대학보다/ 학과보다/ 취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의 자존감입니다.
그것은 점수로도
학교 네임밸류로도
절대로 디바이드 될 수 없는
온전한 영혼과 인생에 대한 품격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번 입시를 통해 움추러 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먼저 떠난 기차가 어디로 갈지 우리는 아무도 모릅니다.
으스대며 떠난 그 아이들이 도착했을때 어떤 모습으로 내릴지
늦게 늦게 모두가 떠난 후에 마지막 기차를
초라한 마음으로 탄 아이들이 내릴때
어떤 가방을 인생의 자산으로 들고 내릴지는
그 누구도 미리 정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제 졸업식까지 남은 시간들
지금껏 구겨져 있던 자존심...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
부모로부터 마땅히 받았어야 할 위로와
격려와 긍정 에너지 토닥여주는 마음
여전히 존중받고 있으며 아직 세상에 중심에
마땅히 온전히 우뚝 서있는 존재임을
다시 알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믿어주지 않는다 해도
모두가 대단하지 않게 볼지라도
오직 우리 부모님들만이
아이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웃고 다시 꿈꾸고
다시 활기차게 살아갈 힘을 보태줄 수 있습니다.
남들 얘기 일주일만 지나면 다 잊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디에 가든
어디서 공부를 어떻게 하든지
남들은 사실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우리 아이를 세워주고 지지해주면서
다시 회복시킬 사람은
우리 부모들 뿐입니다.
잊지 않으셨지요? 엄마 얼굴은 아이의 거울이다...
부모님들 스스로 조금씩 치유되기를 기도합니다.
아직 스무살 안팎인 아이들입니다.
남은 시간 동안 뭐는 못 하겠어요...
산을 옮겨서 바다도 만들 수 있는
나이 아닌가요....희망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우리 옆에 있을때
진정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깨닫기를 바래봅니다.
아직 기회가 있을때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많이 같이 있어주고
더 많이 토닥거려서 곧 다시 시작될
새로운 전쟁터로 내보내봅시다.
지금은 우리가 신께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고독한 시간입니다.
기도하고 내려놓고
기도하고 더 내려놓고
기도하고 더 사랑하고
온전히 그분의 영역만 남았음을 고백합니다...
신의 영역...
온전히 그분의 뜻대로 합격 소식을 받으시기를 중보기도합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기도하고 기도하고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