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책은
작곡가이자, 예술가 김재훈님이 ‘피아노란 무엇인가’에 대해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과
탄생한 신악기 PNO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 앞에, 버려진 피아노를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김재훈님은 미니멀리즘 음악과 사회적인 주제를 연결해 공연예술 작품을 만드는 음악가이자 연출가입니다.
자연의 소리와 일련의 독주 행위를 ‘반주’라는 개념으로 정의한 정규 1집과
산과 바다를 보고 쓴 선율에 피아노 5중주 구성으로 반주를 증폭시킨 정규 2집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음악을 무대화시킨 동명의 공연을 통해 연출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뉴욕과 서울에서의 피아노 리서치 작업을 통해 인류의 대표적 악기인 피아노와, 피아노를 다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실험적인 음악극을 연출했는데, 동료들과 신악기 'PNO'를 탄생시킨 과정이이 다큐멘터리 '귀신통'(피아노)과 공연 실황 영화를 통해 전국에서 상영되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 '스트라디바리우스 그리고 연주하는 인간의 미래'와
'극장 1'도 만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30여 년간 함께해온 피아노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질문하며 보듬어나가는
그의 고민과 생각들이 피아노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서 피아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드리고 튕기고, 지금까지 이런 피아노는 없었다.’- 2023, 서울신문으로부터 평가받은 'PNO'는
2023년 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지원’에 선정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된 공연입니다.
우리에게는 치거나 듣는 것에만 익숙했던 피아노를, 분해하고 해체해 하나의 건반악기로부터
세 대의 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로 재탄생시켰습니다.
미래의 피아노까지 제시해 피아노를 악기를 넘어 ‘공간’이란 개념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피아노에 얽힌 추억과 그 안에 자리한 사랑까지 불러일으키는
'오묘한' 공연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저자가 피아노를 처음 만난 5살 때 피아노 학원에서의 어느 날부터
공연 'PNO'를 통해 새로운 악기를 선보이고 나서까지의 이야기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피아노가 우리 삶 속에 피아노가 어떤 추억을 선물했는지
피아노가 지나온 과거의 시간을 불러와, 향수와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현재 계속해서 버려지는 피아노의 현주소와 그 안타까움으로부터 시작한 ‘신악기 PNO’ 제작이라는
악기 혁명의 과정을 기록한 부분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피아노 악기 뒤에 감춰져 있던 조율사와 운반사들 없이는 어떠한 피아노 공연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소환시켜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을 대체해도 다름을 전제로 하는 인간의 연주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저자의 믿음에
저도 완전히 동의합니다.
개인의 삶이 각기 존재하듯 연주자 별로 각기 다른 연주를 펼치는 피아노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예술이란 것의 아름다움과 영원성이 마치 인간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합니다.
책 마지막에는 'PNO' 초연 후 서울연극센터 연극 전문지 웹진 '연극 in'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있어서
자연스럽고 생생한 목소리와 소소하고 다정한 피아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피아노에 관한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에 의한 책'인 이 책을 읽고나면
피아노와 함께 작은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다시, 피아노 앞에서 행복을 만나기'를 저자처럼 저도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