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공부 잘 못해도 미워하지 말자고 다짐을 해도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가 슬쩍 슬쩍 못미덥고 미워질때가 있습니다.
그렇지요.저는 도인이 아니고 성직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니까요. 당연한 일입니다만...
공부가 부모자식간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100일 안으로 들어오니 어찌 그리 시간이 잘 가는지 참말로
손안에 들어있던 희망이라는 모래가 스르륵스르륵 빠져나가는 거 같습니다.
9모가 끝나고 둘째놈은 실망과 회한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거 같아요.
저또한 그러하구요..공부도 팔자다...타고 난 놈만 하는 거다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듭니다...어쩌면 도망가고 싶기도 합니다.
학교를 꾸역꾸역 잘 다니고 그 사이에 학원도 다니고 인강도 듣고
죽을듯이는 아니지만 간혹 공부 비슷한 걸 하기도 했는데
성적은 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거 같을까요?
세계 불가사의에 한 항목을 더 추가해야할듯 합니다...
제가 파파에 올려놓은 글들을 둘째가 읽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앞에 올려드린 그런 언약의 말들이 있기에
오직 아들로만 사랑하는 그분이 보내주신 선물로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또한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기도도 잘 되지가 않아요...
아침에 오늘도 의미있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해주면
부담스럽다고 살짝 짜증을 냅니다...
전생에 빚쟁이가 부모자리라는 불교식 말을 되뇌어봅니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놈
부족하지만 옆집에 가져다 줄 수도 없는 그놈
언젠가는 온전히 나의 기쁨이고 자랑이었던 그 놈
착하고 여리고 따뜻하고 위트 넘치는 멋진 성품의 그 놈
맘에 들었다 안들었다 이뻤다 미웠다 하는 버릴 수도 없는 그놈
자소서 한번 멋지게 쓰고 대학 보내고 싶었는데 자소서 한번 쓸 수 없는 그놈
그러나....그 미운 그놈이...
나처럼 나보다 더 가슴 아프게 수시원서를 이랬다 저랬다 하는걸보니
너무나 마음이 아리고 쓸쓸합니다...
저인들 얼마나 멋진 대학들에 가보고 싶을까요?
옆에 뒤에 앉은 친구들/학원친구들/ 중학교 친구들..
그 친구들보다 더 좋은 대학에 원서라도 턱 써보고 싶었을 그 놈
그마음이 짚어져 뭐라고 세게 야단도 쳐보지 못하는 그 안쓰러운 놈
그놈이 저기 터벅터벅 걸어서 또 학교로 가네요...
저기 제가 사랑하는 둘째가 학교를 향해...
오늘 하루 자기가 견디어내야하는 공부와 작은 상처들을
견디려 아무렇지도 않은척 걸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다만 이제 기도를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그분이 우리 아이들을 그들만의 온전한 길로 이끄시기를
믿으려 애쓰며 오늘 끊어졌던 기도를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를 이 어려움 가운데서 건져주소서
우리를 이 환난 가운데서 지켜 주시옵소서....
하늘의 평안과 도우심을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