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은 멋진 분이지요. 그래서 그의 부인은 어떤 분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스무살 까까머리를 막 기르고 있는 대학 신입생의 모습을 처음 만난 이어령 선생님과
아흔 무렵 투병 끝에 운신하지 못하게 된 모습이 안쓰러워 마주 잡고 큰 소리로 통곡했던
이별의 시기까지 함께 울고 웃었던 70여년의 세월이 담겨있는 이 책은 그래서 참 반갑습니다.
부록에 담겨있는 이어령 선생님의 넷째 형님과 외사촌 누나가 쓴 글을 수록하여 저자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 잘 알지 못하는 이어령 선생님의 어린 시절과 집안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쓴 강인숙 관장님에 관한 이야기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어령을 기른 흙과 바람 온양 이야기
이어령과 속독 경쟁을 펼쳤던 어머니 이야기
아버지 이어령의 두 가지 소원 이야기
이어령과 골프 이야기
(이어령 선생님이 골프치신다는 그림은 잘 연상되지 않지만....)
강인숙 선생님의 글은 간결하고 읽는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권을 다 읽는데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는 책은 오랜만입니다.
게다가 노력한만큼의 흔적이 남는 것이 글쓰기라
많이 고민하시고 정결하게 쓰신듯한 치열한 글이라 더 좋았습니다.
이런 분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제분들이 영민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듯합니다.
새삼 일찍 떠나신 이민아목사님이 떠오르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멋진 글로 오래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