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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탓이 아닙니다...어른들 때문입니다.

어제 모의고사가 끝나고 몇집 빼고는 모두들 괴로운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겠지요.

저또한 아이의 저조한 점수로...거의 70점대의 점수인지라....

잘한다고 믿고 있었던 수학마저도 3등급...

어쩔까 싶은 마음으로 하루 종일 우울했어요.

아이는 형이 집에 없으니 한결 밝아졌으나...저는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업이 잘될때는 사실 별로 공부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요즘은 사업이 어렵고...부업으로 시작한 식당도 대박은 아닌거같고...

그러니 아이가 빨리 독립적으로 자기밥벌이를 했으면 하다보니까

점점 더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한편 또 생각해보니...우리집에 있는 정석의 권수만 세어봐도

중학생때부터 보던 하이탑 권수만 세어봐도....이렇게 오래도록

공부해온 과목을...1등급 근처도 못가다니요.

이과학생들이 수학 과학에 들여온 돈과 시간을한번 헤아려보자구요.

그런데 그 수학 과학 수능 1등급 점수가 100점이라니요.

국어 영어도 거의 100점이거나 97점이라니요.

요즘 초등도 올백 맞기 쉽지않고 왠만한 중학교 고등학교 중요과목 평균이 100점

가깝게 문제를 낸다면 그 학교..좋은 학교일까요?


그런데 아이들의 12년 시험을 마감하는 제일로 중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거의 만점 받아야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니요.

개인적으로 저는 1등급컷이 92점 혹은 88점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어려운 문제 두개 정도는 있어야 완전 상위권은 억울하지가 않고

그 밑의 2등급 아이들도 여유가 생기죠.

보통은  4등급 혹은 5등급 정도 받는 수능이 좋은 수능 아닐까요?

1년 더 공부한들 1등급 올리는 건 쉽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 시험이어야

아이들이 깨끗하게 승복하고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요?

사교육비 절감은 재수를 안해야 줄지요...


저는 둘째에게 재수는 없다....공부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1년 더해보는 거다...그랬어요.

평소에 둘째도 자기는 절대 재수 안하고 한번에 딱 들어가서 신나게 살거다 ...그랬지요.

그런데 어제는 문득...자기 재수 안시킬거냐고 묻더라구요.

그렇다 했더니...자기를 포기한거냐?  라고 하더라구요..참 나...어쩌라는 건지..

90점대 아이들이 1등급을 받고...80점대 면 2등급...70점대면 3등급....그래서

반수하지 않는 나라...재수는 꼭 필요한 아이들만 하는 나라..제가 꿈꾸는 나라입니다.


아이들은 사실 죄가 없어요.

저희 둘째만 하더라도 1년중 맘편하게 제대로 노는 날 별로 없어요.

여행 이런거 가본지 언제 인지 기억도 안나요.

기껏해야  pc방.노래방.영화관....아주 가끔 외식....

대한민국 평균 고등학생 만큼 자고 ...공부하고...학원다니고...

그런데도 성적은 그럭저럭입니다....

머리가 좋고, 어릴적부터 습관도 잘 되어있으며, 학원이나 학교쌤과도 잘 맞아야하고

이성친구는 되도록 안사귀는 게 좋고, 과외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센스도 있어야하며 주위 친구들도 좀 성실해야하고...축구하는 시간도 아껴야하고

눈치보면서 tv도 조금 봐야하며,적절하게 선행도 하고,그래야 좋은 성적을 유지할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아이들은 그럼 대학도 좀 편하게 가야하는 거 아닐까요?


답답하다....너무하다...불쌍하다...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가엾습니다.

언수외 만점 받으면 탐구 틀려서 불쌍하고

특목고에 가면 내신이 안나와서 불쌍하고

일반고에 가면 대학에서 잘 안알아줘서 안쓰럽고

논술시험을 보는데 언제 아이들이 토론하고 글을 편하게 써봤냐구요..

아이들 탓이 아니에요.

어른들 탓이예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쉬운 수능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수능은 다가오고...

희비가 엇갈리는 수능이 또 지나가겠지요.

우리 아이들 곁에 수능점수와 상관없이 그 아이들을 1등으로 사랑해주실

부모님들이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이제 자기들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그 길이 우리맘에 들지 않아도...가게 내버려두세요.

앗  이산이 아닌가벼...하는것도

그 산을 올라가본 사람만 깨닫는 것입니다.

길떠날 우리 아이길을 우리가 이미 가봤다고 해서

그 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미리 평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후회도 하면서...반성도 하면서...해가 지기전에 집을 못찾고 헤매기도 하면서

그렇게 긴 여행을 하도록 지켜봐주세요.

우리는 이제 그저 아이들 여행가방에

목마를 때 마실 물 한병..배고플 때 먹을 빵 하나....심심할때 읽을 책 한권

그리고 길잃고 헤맬때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집을 찾아올 나침반 하나

넣어주고...기도하면서 다만 기다려줍시다.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는 대학입시입니다.

우리 아이가 덜 열심히 해서..운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아이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운이 좋은 아이가 있을뿐이지요.

최선을 다하기를 기도합니다.

행운도 따라주기를 기도합니다.

해보는데까지 열심을 다해 해보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마침내 다 내려놓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수능점수로 우리의 사랑이 등급을 매길수는 없지요.

내신점수로 우리가 그 아이를사랑해온 시간들을 평가할 수는 없지요.

부족한 아이여서 오히려 내가 부모로 필요한 건 아닐까요

우리가 예전에 우리 부모에게 그랬던것처럼요.


언제나 사랑으로...사랑으로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그래도 우리 파파마을 아이들은 다 잘 되었으면 하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