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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당부

 

 

 

마지막까지 삶의 주인이기를 바라는 어느 치매 환자의 고백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의 저자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생의 마지막 당부'는 그래서 우리 인간의 지극히 ‘존엄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언젠간 영원한 이별을 할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아야 삶도, 이별도 아름다워집니다”

라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책입니다.

 

2014년 조기 발병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저자가

그 이후 10여 년간 자신의 진행성 질환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여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노력해왔던 과정을 책으로 풀어 써주었습니다.

치매로 인한 인식 장애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작가의 표현으로는

“가장자리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자신의 마지막으로 관심을 돌려

이제 ‘죽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니 너무나 애틋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흔히 품는다는 질문 :

죽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육체적으로 많이 고통스러울까? 죽으면 그 고통에서 해방될까?'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당연하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가 없습니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해줄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과 임종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치매 환자인 저자는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이 책을 준비하면서

이 의문을 갖는 일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죽음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치매는 물론 죽음도 두렵지 않다. 내 말의 요지는, 다른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여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보다 죽음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1장은 죽음에 대한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2장은 임종 돌봄에 관한 대화입니다.

3장은 치료 거부에 관한 대화이며, 4장은 조력 사망에 관한 대화입니다.

마지막 5장은 삶에 대한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치매 환자로 10여 년을 살아온 저자의 마지막 당부는 무엇일까요?

죽음에 대한 ‘대화’, 평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삶도, 죽음도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어쩌면 존엄한 삶과 존엄한 마지막을 향한 그녀의 노력과 싸움 그리고 뜨거운 고백이 담겨있는

이 책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과 죽음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살아내고 있는

그럼에도 인간인 이유로 죽음을 너무나 두려워하는 우리 자신의 현재를 위한 고마운 선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감사하면서 애틋한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