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가난할 권리

 
 

 

 

 
 

 

 

 
 

 

아주 도전적인 책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책은

최준영의 낮은 곳의 인문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20여년 노숙인과 함께 해온 최준영 작가의 삶이

고스란이 담겨 있어서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면서 동시에 숙연해지는 그런 결을

갖고 잇습니다.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논픽션

오랜 시간 동안 거리에서 혹은 자활센터에서 보호시설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인생의 어느 문턱에서 넘어지거나 주저앉아서 길을 잃은 사람들

길은 잃은 채 어디로 갈지 몰라서 홀로 남겨져있는 이들의 이야기

굳이 알고 싶지 않고 왠지 거리에서 마주치는 노숙자들을 피하는 마음처럼

이 책도 그래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채로 가방에 여러날 넣고 다녔습니다.

 

최준영 작가는 그들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그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단함을 글로 풀어주는 그 고단한 작업을 해냈습니다.

'가난할 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가난하다고 마음까지 가난하지 않다'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사람들

특히 노숙자의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김씨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내놓은

꼬깃꼬깃한 돈 130만원을 읽을 때는 속울음이 왈칵 올라오기도 합니다.

그 돈은 생의 최후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절대 꺼내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런 돈이었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전의 뜻을 찾아서 가만히 소리내서 읽어보았습니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오래 머물게 되는 우리는 결국

모두 가난한 상태이고 그 가난함이 결코 인간을 보잘것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그들이 우리보다 더 가난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는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