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집을 순례하다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한 오래된 옛집을 순례할 수 있도록 정갈한 사진을 보여줍니다.
김명관 고택, 선교장, 임리정, 설선당, 남간정사, 소쇄원, 운현궁, 도산서당 등
집은 지붕이 있고, 바람을 막아주고, 비를 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 외에도
자기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곳은 집이다. 우리의 발을 떠나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곳이 집이다." 라고 말한
미국 소설가 올리버 웬들 홈스의 말처럼 집은 생각으로 짓는 것이고
모든 집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저와 비슷합니다.
홍익대 건축학과 동문인 두 사람인 임형남, 노은주님은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입니다.
이번에 책도 함께 낸 것을 보니 드물게 생각이 같은 부부이자 동료인가 봅니다.
이 책이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을 가진 이유이기도 한듯 싶어서 더욱 즐거운 책 만나기 였습니다.
건축이란, 집이란 결국 생각으로 짓는 것
유명하거나 아주 오래되었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모든 집은 의미가 있다는 그들의 생각이 귀하게 여겨집니다.
사람이 각자의 모습으로 태어나고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살며 각자의 삶을 사는 것과도 같으며
모든 존재는 축복받아야 하고 모든 집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이들의 생각은
고스란히 건축에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이테가 새겨진 이 땅의 건축에서 미래의 건축을 생각하고
세상일에 치여서 오래된 고향 집을 찾는 것처럼 옛집을 다니며 위안을 얻으며
이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고민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집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자 영원한 현재를 살며
집의 미래를 기억하는 일은 그래서 참으로 귀하게 여겨집니다.
글을 따라 쭈욱 읽고나서 다시 사진을 위주로 다시 읽는 것도 이 책의 재미입니다.
공간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을 듣고 나면 옛집들이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집의 미래에 우리의 미래도 달려있으니 새삼 집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