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를 아는 사람은 이제 좀 옛날 사람일까요?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신문에 신춘 문예 관련 글이 올라올 때마다
부러움 반 신기함 반 마음으로 꼼꼼하게 읽는 저만의
루틴이 있었습니다.
단편 소설, 시 들을 살펴보고 비교해보면서
제 맘대로 나는 시 부분에 도전해볼까
소설에 도전해볼까 둘 다 되면 어떻게 하지
어느 신문사로 글을 보내볼까? 그때는 행복한 상상을
저혼자 마음껏 해보고는 했습니다.
근래 몇 년 동안 신춘문예 당선 시집들이 출간물로
나오지 않아서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왠지 나혼자 큰 보물을 뺏긴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문학을 향한 저만의 짝사랑이었지요.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저의 로망을 담고 있기도 하고
저처럼 어디선가 문학을 짝사랑하면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그 누군가에게는
마침내 도달하고 푯대 역할을 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당선작 버터를 비롯해
빛의 속도, 도형의 혈액형이라는 시를 쓴
박선민 시인은 이 시대의 고민과 시인만의 지향점을
담고 있어서 잘 읽히면서도 생각거리를 제공해줍니다.
드라이아이스 -결혼기념일을 쓴 민소연 시인의 다른 시들인
머리맡에 펼쳐둔
여름이 가지 않는다 오래도록 이 마음에 남습니다.
다른 시인들의 시도 다 마음에 들지만
김혜린 시인의 거미는 눈이 8개니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실재외 실제의 백합이 또 신선하게
읽혀졌습니다.
삶이 각박할 수록 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이 밥을 잘 먹고 살 수 있는
적어도 밥벌이를 걱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춘문예 당선 시집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계속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