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관한 이야기는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 한 번의 기회, 지나고 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의 어느 하루와
연극 무대에서 같은 배우, 같은 희곡, 같은 무대 장치라고 해도
한 번 공연되고 나면 다시는 바꿀 수 없는 단 한번의 연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도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극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저자가
사랑이야기를 쓰게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은
참 잘 읽히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추천해주신 분들의 추천 글만 읽어도 재미납니다.
이 책의 구성도 마음에 듭니다.
에세이 한편의 시작에 의미심장한 글귀가 하나 열리고
그 뒤에 제목에 알맞은 이야기가 쭉 이어지다가
연극이 하나 연결됩니다.
에세이의 제목들도 시의 제목처럼 마음에 듭니다.
가장 좋은 제목은
누가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겠는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너희중 누가 나를 가장 사랑하다고 말하겠는가?
연극과 사랑이야기를 수려한 솜씨로 포개 놓은 이 책은 그래서
나의 지난 날들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사랑했던 것들, 내가 놓칠까 염려했던 것들
실제로 살면서 놓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잃어버린 이야기
무엇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던 것들의 부재에도 또 우리는
그 다음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합니다.
이제 나ㅡ 는 용기를 낸다.
사랑의 시작에 귀 기울일 용기
다채로운 사랑 앞에서 등 돌리지 않을 용기
사랑이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다는 깨달음.....
하루만 사는 공연을 영원히 붙잡고 싶어서 글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의 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의 사랑을 반추하게 하고
이럴 때 보고 싶은 연극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렇게 지적이면서도 잘 읽히는 책을 쓴 사람냄새 물씬한 작가님과
오늘처럼 비오는날 차라도 한 잔, 아니 와인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듭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 오랜만에 다시 해보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