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하면 이 주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피해가고 싶었어요.
큰아이를 서연고 학종으로 준비해보았고 결론적으로 모두 불합의 쓴맛을
보았던 저로서는 학종이 얼마나 계륵같은 존재인지 너무 느꼈기 때문이지요.
제 주변에 우수한 아이들 중 서울대에 학종으로 간 친구들도 많습니다.
서울대의대도 된 학생도 있고 되리라 믿었는데 안된 친구도 당연히 있어요.
저는 학종으로 간 아이들 진심 존경합니다.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부러워하면서 존경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 확대가 우려스러운 이유>
1.대한민국 모든 고등학교가 각자 처한 환경이 너무 다르다.
대학가는 가장 넓은 길이 학종이라는 전형으로 만들려면 우선
모든 고등학교의 인원/ 학사과정/ 심화과목여부/ 동아리활동 여부
소논문등 비교과 활동을 정상적으로 할만한 교내 상황
독서할 수 있는 여건/ 교내수상 내용및 대상자의 형평성
5개학기동안의 학습과정의 통일성/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각 학교
교육시스템 및 교사들과 학생들의 수준이 비슷하다는 물리적인 환경이
전제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대학의 평가기준도 통일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제가 느낀 학종의 내신기준은 서울대와 연대/고대가 다릅니다.
비교과 기타 다른 부분들은 연고대가 보기는 하는지(내신성적이
합격권이 아닌 경우) 자소서라도 읽어주는지 의문입니다.
서울대는 이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모두가 입학하기를 원하는 최고의 학교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고3에 불합인 학생이 다음해에 학종으로 합격하는 현상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욱이 그 두번째 기회를 잡은 학생으로 인해 그 출신고교 고3학생이
불합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또한 부당한것으로 보이구요.
3.교육소비자인 학생의 관점에서도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우리 아이들이 내신성적은 각 학교에서 최극상위를 유지하면서
교내 대회에서 각종 수상을 해내고/ 동아리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반장이나 회장을 할 수 있고/ 두번의 정기고사와 수행평가를 빈틈없이 준비하고
틈틈히 봉사활동도 의미있게 하고/ 그 와중에 어떤 부분에 지적호기심을 느껴서
외부인의 도움없이도 소논문등을 써내고/ 독서활동까지 자료로 남겨가면서
고1부터 한번도 흔들림없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전공과목에 적합한 고교활동을
정상적으로 해내면 학생부 종합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총을 맞고도 금방 작전을 수행하고 / 송혜교에게
멋진 대사도 날리면서/ 브로맨스도 병행하고/ 죽었다가도 살아 돌아오는
그 어려운걸 우리 아이들도 해내야하지 말입니다.
4.그리고 우리 부모들은 과연 학종을 준비할 여력이 있을까요?
증권가도 아닌 평범한 일반 학부모들이 고입전부터 학종이 대세가 될 것이니
그것에 맞는 고입을 준비하고/ 고입과정에 외부 도움없이 오직 학부모들이
온갖 정보를 미리 알아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이드를 해주면서 방향을 설정해주는
그런 일이 사전예고도 없이 당장 내년부터 할 수 있는 능력이 될까요?
학교에서 이런 일들을 지금 현재 부모 도움없이 오롯이 해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5.도대체 어떤 학생들이 학종으로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제가 쇼트트랙 경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느 시점 어느 코너를 돌 때
역전이 일어나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예요.
준비가 되어 있고 어는 구간 무섭게 전력질주하면 우승할 수도 있다..는 희망
수시가 쇼트트랙 경기를 5번 해내는 것이라면
정시는 마라톤과 비슷하다 생각해왔어요.
초반부터 앞서서 무섭게 달리지 않아도 어느 시점에서 온힘을 다해보면
어쩌면 막판 우승도 할 수 있는 것이 대학입시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학종은 역전우승은 이제 부질없는 일이 된 것만 같습니다.
대딩2학년인 큰아이는 중학생때까지 놀며쉬며 가끔 공부하는 것으로도
사교육 도움 전혀 없이도 학종으로 서울대 경영에 거의 갈 뻔했어요.
지금 고1부터는 아니 중2부터는 그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올해 내년 입시결과로 고입도 많은 변화가 생길테고 그러니 이미
대입준비를 초등고학년부터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학종준비는 그럼 언제부터 해야할까요?
공주 한@고 입시는 학종전형의 예비연습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것이 옳지 않다 여겨서 공교육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공주@@부고로
입학하게 된 것이구요. 대입준비하면서 살짝 후회했습니다.
처음 자소서도 써보고 학생부도 아이 혼자 준비하다 보니 그 연습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기때문이지요. 대학에서 두 학교를 보는 기준도 조금은 달랐구요.
그럼에도 두 학교의 공통점은 학종으로 대학가기는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전국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선발하여 내신 극한 경쟁을 하게 하고/ 실제 수시체제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여건에서 각자도생으로 대학에 가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입학할때 최후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정시도 제대로 치뤄내지 못하는 여건이 되고보니
결국은 3년동안 정말 거의 죽을듯이 공부했지만 다시 한번더 공부해야하는 인원이
너무 많아져버린 가슴아픈 일이 생겼어요.
대부분 유명 우수학교들의 사정이 비슷하다 생각됩니다.
결국은 비용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운좋게 학종의 방향과 목적성을 미리 간파하고 준비도 일찍 하려고 하면
당연히 사교육비와 기타 비용이 일찍부터 과도하게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좋은 내신성적- 국영수탐구의 심화 선행 비용.
뛰어난 비교과 - 독서/ 체험활동/ 배경지식확보/ 전문가의 컨설팅 도움
학종으로 성공하려면 실제 비용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것입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모두가 같은 조건으로 통제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좀 더 앞서서 출발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경쟁자가 존재한다면
다만 공교육으로 공정한 입시 가능할까요?
8.입시비용이 일반 학부모들 삶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평범한 저희집 경제사정으로는 일정기간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관련비용이
다른 모든 가계운영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고 앞으로도 어느 정도는
그러하리라 예상됩니다. 노후대비/ 아이들 분가비용등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요?
더 큰 문제는 대학이후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온전한 독립이 가능한 시기가 언제쯤일까요?
그리 힘들게 대학을 보내도 취업이 안된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지원해줘야하는 걸까요?
우리는 남은 생은 어찌 보내야하는 걸까요?
저는 학종이 올바로 자리매김만 한다면 너무나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수능 한번으로 아이대학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는 너무나 불안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