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을 바라보며 백운산을 뒤로 둔 청매실 농원을
인간 불도저가 되어 만들어내신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여사님의 자전시집인 이 책은
시가 막 목소리로 지원되어 읽으면서 들리는 책입니다.
시가 뭐 별거인가 싶게 만드는 이 시들은
그래서 어디서 본듯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스물아홉에 이미 생과 사를 오가셨던 분이
살아남으셔서 악산을 매화꽃 천지로 바꾸어
매실농사를 지으신 그녀 삶이 시로 모두 피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홍쌍리님의 시들은 때로는 못부친 편지 같고
더러는 하소연, 더 많이는 인생의 잠언처럼 읽혀집니다.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좋고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읽게 되는
신기한 것이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고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마음이 움직이는 시들입니다.
아마도 그녀의 인생 그 자체가 글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중간 중간에 그녀가 사시는 곳 사진이 등장해서 더욱 반갑게 읽혀집니다.
언젠가는 가보리라 생각이 들게 하는 곳입니다.
법정스님과의 일화가 반갑습니다.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가 봅니다.
매화를 딸이라 하고, 매실을 아들이라 하시는 분의 시들을 읽으니
아니 그분의 인생 결을 들여다보니
올해는 꼭 향기 좋은 매실로 골라서 매실청 담아
주위에도 나누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