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이시면서 동시에 시사만화가, 수채화가로도 활동하셨다는
김승옥 선생님의 이 각본집은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이라는 부제를 담고 있습니다.
김승옥 선생님이 직접 각본으로 만든 이 책은
선생님이 소설을 쓰실 때 이미 등장인물들을 움직임이 머릿속에
떠오른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처럼
소설이 각본이 되고
그 안에 지문이나 대사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동시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이 되면서
그 장면을 영화관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짚차 안에서
인숙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안개속의 이정표가 보인다.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어서 오십시오. 당신은 무진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청룡영화제에서 정훈씨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마치 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된 듯
눈물을 흘리는 탕웨이와 그를 지그시 바라보는 박해일의 모습
그리고 무대에서 이를 바라보면서 울던 김혜수의 모습까지
김승옥님의 무진기행, '안개' 는
지금도 헤어질 결심을 넘어
청룡영화제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 시청자에게
여전히 안개 속을 하염없이 걸어들어가게 합니다.
거기 누군가, 우리가 한 때 너무나 사랑했던
그 누군가가 있기때문이겠지요.
책은 마음에 안개가 가득 피어오르는 무진을 선물해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인숙이가 되었다가
영화 속 서래가 되었다가 합니다.
나도 모르게 정훈희씨의 노래를 자꾸 듣게 됩니다.
정훈희씨 혼자만의 노래도 좋지만
정훈희씨와 송창식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 해변에서 아마도 거기가 무진이겠지요.
서래를 찾아 헤매던 박해일 씨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설픈 탕웨이의 '내가 그렇게 나쁜가요?'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이 책의 즐거움은 영화가 떠오르게 되기도 하고
소설을 내가 더 써보고 싶게도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
읽는 내내 참 예술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