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권의 책을 읽다보면
한 번에 후루룩 읽게 되는 책이 있고
잘 읽히지만 오래도록 여러번 보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기에는
호흡이 오래 걸리는 책이라
몇 페이지씩 아껴서 보는 책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드라마를 보는 대신
이 책을 여러 날 조금씩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참 괜찮은 죽음
숨결이 바람될 때
이런 책과 비슷한 느낌으로 읽어졌습니다.
이 책은 브라질 의사 아나 아란치스가 쓴 완화의료 이야기입니다.
완화의료란 삶의 끝자락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특히 통증을 완화시켜 인간이 존엄성을 가지고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돌봄의 의학입니다.
현대의학은 죽음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통증을
거의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고 하니
너무나 마음이 놓이는 느낌입니다.
죽음이 물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제목 자체만으로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의미있는 접근과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역설적으로 잘 살아내는 법)
죽음을 앞두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해야하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 나 자신의 삶을 바꾸는 방법 등
아주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줍니다.
감정을 표현하기
친구들과 함께하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스스로 선택하기
일할 때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의미를 지니는 일 하기
가장 위로가 되었던 부분은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줬던 것들
내게 해준 모든 말들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다.
내가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하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에 예비된 체험들 속에서
내 안의 아버지를 발견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오래전 잃은 아버지가
내 안에 살아계신다는 표현이
그래서 그 아버지를 만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경험을 직접 서로 나눌 수는 없지만
그 아버지가 내안에 살아있으니
결국은 내가 죽는 날까지는
그 아버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가족을, 친구를, 지인을 죽음으로 잃은 분들과
자신의 혹은 가족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치루게 될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단연코 최고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