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살아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어떤 무서움을 담고 있는 말인지는 경험해본만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극심한 사춘기를 겪는 자녀를 키워본 사람은
공부 따위 아무 상관없이 그저 내 아이가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잠을 편히 자고
가끔 웃기만 해도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청소년 우울증에 걸려서 타이레놀을 13알이나 먹은 하연이와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던 엄마 이유미의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남에게 털어놓기는 그것도 소문을 내지 않을
가장 가까운 믿을 만한 친구도 아닌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너무나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엄마들과
자녀들에게 더 큰 위안이 되어줄 듯합니다.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는 지침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제목만으로도 긴장하게 되는 이 책은
엄마와 딸이 이야기를 나누고
치료를 받고 함께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책의 목차만 봐도 마음이 미어집니다.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
참 마음 저린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쩌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각 가정에서도 일어날만한 일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여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다행히 둘이 잘 화해되는 2장을 읽으면서
휴!하고 한숨을 쉬게 됩니다.
부디 이 책을 좀 더 많은 가정에서 읽게 되기를 추천합니다.
객관적이고도 주관적인 이야기들이
한 명의 청소년을 살리는 기회를 주는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두 모녀의 용기와 도전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로
수 많은 가정을 살려내는 기회로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하연양의 미래ㅡ를 응원합니다.
1장 열여섯 딸이 약을 먹던 날
타이레놀 열세 알
응급실 중증 환자
내가 엄마일 수 있을까
엄마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열다섯 살에 쓴 유서
아이의 머리채를 잡던 날
엄마는 만성 우울증
딸은 청소년 우울증
미처 알지 못했던 신호들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발면과 거짓말
정신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상담 선생님, 도와주세요
부족해도 내가 엄마야
우리 함께 집으로 돌아갈까
2장 엄마와 딸 사이를 바꾼 화해의 하룻밤
엄마의 흉통 딸의 편두통
똑똑, 엄마가 미안해 ― 똑똑, 엄마가 왜 또 왔을까
우리 얘기 좀 할까? ― 우리 화해할까요?
방문 안 너만의 세상 ― 길 건너편 우리들 세상
길을 만들어주고 싶었어 ― 가고 싶은 길을 갈래
언제쯤 건너올까? ― 나만의 초록불을 찾으면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키운 딸인데 ― 엄마와 아빠도 아프면 좋겠어
엄마와 같은 실수를 할까 봐 ― 실수는 틀린 게 아니야
엄마도 무서웠어 ― 내가 엄마 안아줄게
그림 속에 진짜 네가 있구나 ― 완벽하진 않아도 내겐 좋은 엄마야
3장 조금은 멀게, 조금은 또 가까이
너 하고 싶은 걸 해봐
앞으로 길은 너에게 물어볼게
무엇이 고맙느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더라도 할 건 합시다
우리 다시 교환일기 써볼까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자뻑 소녀의 귀환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할 거야
나, 엄마랑 평생 살까?
엄마도 엄마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
그냥 살아, 나도 그저 살 테니
평범하게 특별한 아이
색연필은 다 못 채웠지만
선물 같은 오늘을 살며
사랑이라고 건네준 것들이 알고 보니 아이에게 독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심한 절망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찾아들었다. 과연 내가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심도 들고, 이게 과연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의문에 빠지기도 했다. 무엇이 정답인지 부모조차 모르니까. 어쩌겠는가, 사실 엄마 역할은 나도 처음인 것을.
--- p.106 「부족해도 내가 엄마야」 중에서
그래서 내게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네준 엄마가 정말정말 고마웠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과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오늘 이 밤, 엄마와 내가 이토록 길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과의 한마디가, 그 용기가 부모와 자식 사이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 p.140~141 「우리 얘기 좀 할까? ― 우리 화해할까요?」 중에서
우리는 어른들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얼핏 보면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다. 우리는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렇듯이 어른들도 우리들 세상을 공부하면 좋겠다.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과 만난다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른들에게는 낯선 것, 새로운 것이다. 우리 보고는 배움을 멈추면 안 된다고 하면서 어른들은 왜 배우려고 하지 않는 걸까?
--- p.150 「방문 안 너만의 세상 ― 길 건너편 우리들 세상」 중에서
“엄마가 아파서 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 그래서 네가 마음에 병이 생긴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엄마, 무섭고 외로웠겠다. 내가 엄마의 어린애에게 가서 친구 해주고 싶다. 안아주고 싶어. 그때 나 같은 친구를 만났다면 이야기도 들어주고 안아줬을 텐데.”
하연이가 나를 꼭 안았다.
--- p.197 「엄마도 무서웠어 ― 내가 엄마 안아줄게」 중에서
“엄마, 나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할 거야.”
아, 아이는 벌써 부모를 떠날 준비를 하는구나. 어쩌면 지금 겪는 사춘기가 그 준비의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 걸음이 도망이 아니라 모험이 되길. 엄마가 언제나 뒤에 서 있을 테니 언제든 지치면 뒤돌아보길. 그럴 때 웃으며 눈 맞춤 할 수 있기를.
--- p.262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할 거야」 중에서
아이는 부모에게 관대하다. 내 상처가 칼이 되어 찔렀는데도 아이는 다 잊은 걸까? 나는 여전히 과거를 헤매는 시간 여행자다. 나의 아팠던 시간과 아이를 아프게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 간혹 머무르며 괴로워하곤 한다. 그런 나를 아이는 지금으로, 엄마의 자리로 끌어다 놓는다. 지독히 외롭고 아팠던 내 안의 아이를 위로하고 친구가 되어준다. 나란히 걸음을 맞춘다. 아이는 쑥 들어와 금세 자리를 잡는다. 모두 용서한 것처럼.
--- p.262 「나, 엄마랑 평생 살까?」 중에서
이 그림이 딸인 이하연양의 그림이라고 합니다.
재능을 가진 그녀가 멋진 20대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