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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우에노스테이션] 리뷰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p. 10

인생이란 첫 패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 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의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남는다 -.

낡은 집을 허문 공터에 남은 나무처럼....

시든 꽃을 거두고 빈 꽃 병에 남은 물처럼

남았다.

여기에 무엇이 남았을까?

 

- p.176

수없이 많은 길이 지나갔다.

눈앞에는 단 하나의 길만 남았다.

그것이 귀로인지는 가보아야 알 것이다.

야마노테선 내선순환 2번 승강장의 계단을 내려간다.

빠앙, 덜컹덜컹, 덜커덩덜커덩, 달카당, 달카당, 달캉……

 

 

.

 

1997년 자전적 희곡 『가족 시네마』로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제116회)을 수상해서

한국과 일본 사회에 큰 화제가 되었던 유미리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마을처럼 살라'는 뜻의 ‘美里’라는 이름처럼 살지 못하고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 국적의 작가로서의 그의 신산스럼움이 언제나 작품속에 나타납니다.

 

책은 표지부터 내용까지 모두

어두운 상황을 단조롭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무대이지만

우리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마음의 울림도 비슷합니다.

 

<도쿄 우에오 스테이션>의 주인공은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져 삶을 만감한 노숙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삶을 살아 낸 사람이지만

아들과 아내의 죽음이후 도쿄 우에노공원의 노숙자가 되었다는 아픈 현실.

특급청소 라는 이름으로

지워지고 치워지는 노숙자들.

 

일본이든 한국이든 비참하게 보이는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어떤 이들은 연민의 감정으로

어떤 이들은 경멸의 눈으로

어떤 이들은 그런 사람들을 감추고, 마치 없었다는 듯이

없애고 지워버리고 싶어합니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자살 '위패를 들 아들'을 잃은 주인공

부모와 부인의 죽음 이후

그는 어떤 힘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p.176.

수없이 많은 길이 지나갔다

눈 앞에는 단 하나의 길만 남았다

그것이 귀로인지는 가보아야 알 것이다

 

주인공의 마지막이 슬프지만 귀로였기를 바래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