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고 수능이 가까워지면 큰아이
수능 전날밤이 떠오릅니다.
이미 한달전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주말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여러 번 공주에 다녀왔습니다.
알 수 없는 통증들. 지속적인 두통
어깨 통증. MRI를 찍어도 나오지 않는 무릎 통증의 원인
아들은 혼자서도 병원에 다녔고
링거도 맞고 약도 먹고 공진단에 고용량 비타민에
수험생 맛사지 경락치료 양방 병원 다 다녀도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종합검사를 받아야 할 만큼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해 겨울은 왜 그리 일찍 시작되었는지
11월이 되기 전에도 매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휴대폰도 없이 기숙사 공중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들
전화가 와도 걱정이 되고 전화가 안와도 걱정이 되고.
바람이 불어도 감기들까 걱정이 되고.
비가 와도 비맞고 몸살 걸릴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숨과 눈물 사이로 수능날이 다가왔습니다.
아이 도시락도 싸줄수 없는 기숙사 학교
아이랑 눈 마주치면 울까봐 수능날 아침에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미 연대 특기자를 비롯해 몇 개의 수시 불합을 맛보고
보는 수능은 너무나 떨리고 간절한 시험이었습니다.
최고의 학교 최강의 학과를 원했기에
한치의 실수도 없어야 하는 단 한번의 기회.
수능이 끝나고 아이를 데릴러 학교로 가던 시간
모든 아이들이 나올 때까지 나오지 않는 내 아이를
기다리면서 희망과 절망 사이로 참으로 무섭던 시간
해가 지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들이 나타났습니다.
엄마, 수능으로는 서울대 못가겠어,
그렇게 수능이 지나고 대학에 합격하기까지
그해 겨울은 참으로 길고 추웠습니다.
평생 그때처럼 시리고 아픈 시간은 없었습니다.
아들이 우는 것을 보는 것은 참 참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너 어디든 꼭 좋은 대학에
보내줄거야. 서울대 가는 것보다 더 잘될 수 있는 길 찾아줄게."
그때의 제가 그렇게 말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 시절 그 순간 기숙사 앞 차안에서 우는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는 거 말고
아이가 실컷 울도록 기다려주는 거 말고
내 아이 마음을 덥혀줄 멘트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요?
대입부 부모님들은 저보다 잘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네가 우리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실 수 있기를요.
울지마라 아가야, 엄마가 있다
너를 내가 살려주마, 너를 업고 이 힘든 시간을 건너가마
너는 너여서, 너라서 이미 충분하다.
그렇게 말해주실 수 있기를요.
중간고사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내일 모고점수가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도
수능도 원하는 점수가 아니어도
우리가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음을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부모가 부모되기 참 쉽지는 않습니다만
아이가 어른이 되는 이 길 위에서
내 아이가 힘들때 업고 가는 부모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대입부 가족 여러분!!!
내 아이를 살리는 부모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결국은 소망대로 이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