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리의 사랑은 결코 그렇게 연약하지 않다

이제 조금씩 입시의 명암이 드러나는 시기가 되었네요.

지난 일요일 큰아이가 시험기간이라 집에 못온다고 콜이 왔어요.

사람마음이 어찌나 간사한지 고딩때는 오라고 안해도 엄마혼자 좋아서

가져오라고 안한 생필품.옷.  먹을거 가득 가지고 주말마다 아들보러

가는 일이 무슨 첫데이트처럼 마냥 즐거웠는데

이제 대딩되었다고 살짝 성가신 생각이 듭니다.

예전 같으면 도시락을 준비했을텐데 그냥 사과 배 귤 정도랑

초코파이 베이키 이런것들만 싸가지고 올라갔지요.


경찰대견학프로그램이 진행중인지 경찰대 홍보단 남녀학생들과

고등학생들과 부모님들이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계시더라구요.

학교에는 어느새 단풍이 들어있고, 저는 여러 생각들이 들었어요.

도시락을 기대했던 아들은 밥도 굶고 기다리고

중국집에서 결국 늦은 점심을 먹었어요.ㅎㅎ

불과 1년전만 해도 넘치도록 이것저것 싸들고 갔었는데 어느새

저는 애달프던 입시생맘의 자세를 잊고 전역병장같은 맘으로....

아들은 잠깐의 만남을 뒤로 하고 뒤 한번 안돌아보고 들어가고

저는 아쉬운 맘에 학교구경을 했어요.

얼마전 오꿈님의 아이를 비롯 많은 아이들이 운명을 걸고

뛰었을 그 운동장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수능전에 면접을 보는 학교들..참 나쁘다 싶지만

그래도 면접 잘 봐서 꿈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말도 안되는 경쟁자들과 함께 치룬 논술전형에서도

합격자가 많이 나와주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예정대로 곧 다가올 올해 수능에서도

그동안 보았던 모든 모의고사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특별히 한 번 더 치르는 전국의 모든 재수생들...삼수생들의

놀라운 성과를 기도합니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는 너무나 잔인한 게임이라

승자가 있으면 뒤에서 울어야하는 가슴아픈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작년 겨울에 하도 많이 울어서...이제 눈물도 없다 싶지만

제 일이 아닌데도 곧 닥칠 아이들과 엄마들의 하늘무너지는듯한

슬픔에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왜 우리 아이가 안된거지요?

엄마가 인정할 만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요.

제가 그렇게 큰걸 바란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도

원하는 그 소원 하나를 안들어주시는 거지요...

죽을 것 같이 아픈 시간들이 나를 통째로 관통하고 지나가는...

생애 전체의 가장 큰 슬픔...을 아이와 함께 겪어야할 누군가가

있을것이기에 가슴이 미어질듯합니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가 이 아이를 낳아서 엄마노릇 한 지가 이제 20년입니다.

내가 너를 낳았도다...너는 내 아들이라...내 딸이라...

누워만 있던 아이가 처음으로 뒤집기를 하고 ..기어다니고

처음으로 첫발자국을 떼고,,처음으로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고

유치원에 보내던 첫날...학교입학한 첫 날...처음 맞아온 100점

그리고 기나긴 시간을 거쳐 여기까지 온 역사가 있는 아이이지요.

그 아이가 입시로 엉엉 우는 그 시간이 온다고 해도

그 옆에 우리가 있을 수 있으니 너무나 다행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같이 울어주고...안아주고....토닥토닥 재워주고

맛있는 거 먹여주고..어디든 같이 떠나주고...옷도 사주고

마치 좋은 일 있는 것처럼 그저 아무 내색없이 들어만 주다가

우리는 꼭 말해주어야 합니다.

이깟 시험으로 시험따위로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을 막을 수가 없다고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나약하고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대학의 레벨따위로 너에 대한 사랑의 등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여전히 너를 최상위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어야합니다.


스카이...의대...치대...카이스트...이런 곳에 가지 않아도

인생에는 분명 좋은 것들이 많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저희 큰아이는 지금 자기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곳에서

더 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형따라 자기 역량에도 안맞는 고등학교에 갔다가 상처받았던

둘째아이는 일반고로 돌아와서 다시 행복을 찾았습니다.

여전히 공부는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열심히 하지도 많지만요.

그런들 어때요...저런 들 어때요.

오늘도 웃으면서 학교에 갔고...자신의 삶을 살아갈텐데요.


우리 엄마들은 이제 강해져야 합니다.

마음의 예방주사를 많이 맞으셔야 합니다.

입시결과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가면 결과는 어쨋든 나올 것이고

우리와 아이는 한팀으로 그 결과에 직면해야하며

그 누구도 우리를 도울 수도. 해결해 줄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이 아주 튼튼해져야 어떤 결과에도

의연히 대처해줄 수가 있습니다.

옆집 아이 아무리 부러운들 우리아이로 만들수없고

친구 아이 아무리 좋은데 가도 우리아이 비교하면 안되고

아이 친구 대학가는데 덤으로 우리아이 보낼수도 없으니...


사랑하는 내 아이 옆에 엄마 아빠가 변함없이 있으니

어떤 상황에도 너를 지켜주고 응원해줄 우리가 있으니

한템포 쉬고 다시 다른 곳에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니

힘을 내자고 ....그러면 되는 것이라고 말해줄수 있기를요.


너를 향한 우리의 사랑은 결코 그리 연약한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또다른 차원의 성장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나는 변함없이 너를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이다...

내가 여기 니 옆에 있으니 겁낼 것이 없다...엄마가 여기 있다...


수험생들의 승리를 기도하면서도

하루하루 마음이 아려오는 시간을 보내고있습니다.

여러분들을 향한 제 마음도 하나님의 마음처럼

늘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위로와 평안과 은총이

우리를 가득 둘러쌓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어떤 상황에도 넘어지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