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괜찮니?2
큰 아이 입시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았어요.
분명 그때는 죽을 것 같고 안 미친것이 다행이다 싶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오바인듯도 하여 살짝 민망합니다.
아니, 참 철이 없어서 배부른 고민이었다 싶어져서
글을 내릴까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대한민국 입시 생 중에서 서연고나 경찰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것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아이를 키워본다는 것
그런 학교에 불합했다고 징징거렸던 것이
둘째 입시를 치루면서 되돌아보니 참말로
얼마나 복받은 일이고 감사한 일이었는지
그때는 정녕 몰랐습니다....
이미 모의고사를 보며 설마설마하면서
그래도 혹시 수능은 좀 나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싶었던 우리 둘째...그러나 역시나 하는 점수
여러번 연습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역시 두렵고 아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애매한 수시6장을 써놓은 상태에서도 혹시나 하면서
기다린 수능 점수가 큰아이와는 너무나 다른 점수라
이 점수로 과연 어느 곳에 원서를 쓸 수 있을까 싶으니
이게 꿈인가? 나는 이제 어째야 하나?
아직 현실감이 전혀 없는 채 하루하루 보내고 있어요.
네 과목 점수의 합계가 혹시 세 과목 점수는 아닌가?
싶은 그런 점수로 정시를 준비하자니 참으로 막막해요.
최저를 못맞춘다는게 뭔지 실감나지 않았던 저에게
둘째는 최저있는 논술전형 또한 어느 누군가에는
참말로 아픈 일이라는것을 가르쳐주었구요.
적성고사가 뭐야 하던 제게 적성고사 또한 만만치 않다는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굳이...친절하게 ...말입니다.
입시가 참말로 버라이어티합니다...
더불어 제 인생도 더 넒은 지경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입시의 여러 영역을 공부하게 됩니다...
자식이 셋이 아닌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곧 시험 성적이 종이 한장으로 정리되어 나오겠네요.
아무 설명도 변명도 없이 등급과 백분위로 숫자로...
어떤 때는 빨리 나와서 본게임을 얼른 끝내고
맘 편히 지내고 싶기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영원히 그냥 이 상태로 지내고 싶기도
할 만큼 정시는 두려운 경기입니다.
둘째는 요즘 조금은 지루하게 대부분은 평안하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지내니 아토피도 다 낫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각종 놀이와 모임과 게임에 빠져
행복해보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어디 수시에 맘에 드는 대학 딱 붙은 놈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ㅎㅎ
그래도 이제 곧 다가올 수시 발표와
수능 점수 발표..그리고 친구들의 합격 소식
어마무시한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의 소식을 듣게
되겠지요...둘째도 한동안 멍해지는 시간들이 오겠지요.
큰아이때와는 다르게 조금은 담담하게 보내고는 있지만
입시는 언제나 우리를 어느 순간이나 공격하여
치명적인 상처를 줄 준비를 하고 있는 절대무기 같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방어하고 준비해도 결국은 몸 어딘가를
다쳐서 피 흘리게 되는 이길 수 없는 절대무기...입시..
저는 요즘은 저 자신에게 자꾸만 물어봅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그리고 곧 둘째에게도 물어봐야겠지요?
괜찮니? 정말 괜찮니?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 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렇게라도 살아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각자의 정해진 길..예비되어진 길이 있을 것입니다.
그 길에서 비록 바람이 불고 눈이 차갑게 내려도..
서로 손 잡고 함께 마주 보며 갈 수만 있다만
그 어떤 시련이나 환난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파친님들....
넘어져 피흘리던 아이들도 괜찮아지고
그 피를 닦아주면서 빨간약을 발라주면서
어쩌면 아이보다 더 깊게 상처입고 피눈물 흘리던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도 이제 나음을 입기를 기도합니다.
특별히 한번 두번 더 공부했던 아이들...아....
한꺼번에 두명의 입시를 치르면서 힘들었던 부모님들...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픈 그 분들에게
마음 가득히 위로와 평안을 기원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비록 실패한듯 보여도
모든 상처가 치유된 후에는 더 굳은 살이 생긴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광화문에서...전국에서...이 겨울 차가운 도로에서
진짜로 사심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분들
그리고 비록 침묵하지만 샤이해서가 절대 아니라
악에 동조하고 용서하고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만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
지금 괜찮아지기를 오직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침묵하지만 조용히 싸우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의 평안을 기도합니다.
결국은 선이 악을 이기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이 아주 세다는 것을 믿습니다.